관계 악화에 롯데그룹株 연일 하락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6일 사장단 회의에 참석하러 이동하고 있다.

한·일 관계 악화에 롯데그룹이 비상이다. 안 그래도 일본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감정 악화로 불똥이 튈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신동빈 회장 주재로 롯데그룹 하반기 사장단 회의를 열었지만, 뾰족한 묘수가 없어 답답한 모습이다. 

주가는 불안감을 반영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주(株)는 전반적인 약세를 보이고 있다. 롯데지주는 이달 초 4만4150원에서 이날 4만3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달 들어서만 8.6% 하락했다.

같은 기간 롯데쇼핑 역시 16만5500원에서 14만4000원으로 13% 주가가 떨어졌고, 롯데칠성은 17만원에서 15만3500원으로 9.7% 내린 채 거래를 마쳤다. 이외에 롯데제과(-8.1%)와 롯데푸드(-9.5%), 롯데케미칼(-1.7%) 등 대부분의 종목이 하락 마감했다.  

실적 악화와 업황 침체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있겠지만, 한·일 관계 악화가 적잖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롯데는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에 직접 연관돼 있지 않지만, 간접적으로 합작 사업 등을 벌이는 등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내서 불매운동 중인 유니클로는 롯데쇼핑이 49%, 무인양품은 롯데상사가 40%의 지분을 갖고 있다.

양국 간 갈등이 장기화하면 불매운동 등에 따른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 또 과거 '형제의 난' 때 일본 국적 논란이 벌어졌던 점도 부담이다. 이미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불매운동의 대상으로 롯데그룹이 거론되고 있다.

증권가도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한·일 관계 악화 부분은 조심스럽다"면서도 "롯데그룹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고 언급했다.

롯데그룹은 내부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날부터 오는 20일까지 열리는 롯데 하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 옛 사장단 회의)에서 한·일 관계 악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것으로 예측된다.

신동빈 회장도 최근 일본 출장에서 노무라증권, 미즈호은행 등 현지 금융권 고위 관계자와 관·재계 인사들과 만나 양국의 긴장 해소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 태어나 성장한 신 회장은 아베 신조 총리를 비롯해 일본 정·관계 인사들과도 상당한 친분이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은 재계서도 가장 일본에 밀접한 곳"이라며 "한·일 관계 악화가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롯데그룹 내부에서 물밑 교류를 통해 관계 개선에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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