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WTI 31% 오르는 사이 에너지주 11% 상승 그쳐

미국에서 원유 선물이 올 들어 30% 넘게 올랐지만, 주식시장에서 에너지 섹터는 유가 랠리에 뒤처져 있다. 유가 상승에도 투자자들은 원유 중심의 에너지주 매수를 주저하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에너지주에 대한 숏베팅(매도세)이 2016년 초 이후 최대에 달했다. 유가가 배럴당 40달러 밑으로 떨어지며 폭락했던 3년 전 분위기와 흡사하다.

올 들어 서부텍사스원유(WTI)는 31% 올랐지만 뉴욕증시에서 에너지섹터는 11% 상승하는 데에 그쳤다. 에너지주는 지난 3개월만 놓고 보면 4.9% 하락했다. 같은 기간 유가는 상승세를 지속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을 연장하고 이란과 베네수엘라에 대해 미국이 제재를 가한 영향이다. 

유가와 에너지주의 간극은 미국 셰일 생산업계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중동산 원유의 대항마로 등장한 미국 셰일이 고유가 속에서 증산에 나설 것이라는 비관론이 투자자들 사이에 자리잡고 있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OPEC 감산과 지정학적 불안으로 공급이 제한되면서 원유시장이 균형점을 찾고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에너지 전문 투자은행들에 따르면 OPEC를 주도하는 사우디 아라비아와 나머지 회원국들이 유가를 지지하기 위해 감산을 유지하며 시장점유율을 계속해서 미국 셰일업계에 넘겨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투자자들은 판단한다. 결국 OPEC 증산으로 유가는 다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4월 이후 원유에 대한 투기적 롱포지셔닝은 계속해서 줄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더 공격적인 하방압력이 가해지고 있다. 뉴욕증시의 에너지 종목 42개에 대한 숏베팅은 지난달 11.8% 늘어나 2016년 3월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2016년 3월 유가는 배럴당 36달러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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