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슈퍼맨으로는 부족하죠. 어벤져스가 돼야죠."

기업공개(IPO)와 관련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의 말입니다. 최근 금융당국의 요구와 한국거래소의 제재 등을 보면 슈퍼 히어로가 돼야 하는 데 그나마도 혼자서는 어렵고 여럿이 힘을 합쳐야 할 정도란 얘기입니다.

자조와 불만이 가득한 말이 흘러나온 가장 큰 이유는 '인보사 사태'에 사실상 증권사만 책임지는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코오롱티슈진의 상장을 주관했다는 이유로 거래소로부터 외국기업 상장 주선 업무가 제한됐고 지난주에는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했습니다.

두 증권사가 적용받은 거래소 규정은 최근 3년 이내에 상장을 주관한 외국기업이 상장 2년 이내에 상장폐지 사유 발생 등의 문제가 생기면 외국기업 기술특례 상장 주선 업무를 제한다는 내용입니다.

상장 업무가 제한되는 기한은 코오롱티슈진의 상장이 3년째 되는 내년 11월까지 입니다.

이와 관련해 증권사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해당 규정이 지난달 생긴 것으로 규정이 만들어지기 전 상장한 사례에 제재를 하는 게 기본적으로 모든 법에 적용되는 불소급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입니다.

인보사 사태가 상상하기 어려운 사상초유의 일이란 점도 증권사가 억울함을 호소하는 이유입니다. 그동안 회계장부에 문제가 있었던 적은 있지만 그 외의 상장 관련 서류를 허위로 제출한 경우는 없습니다.

인보사 사태에 대한 책임을 증권사에 묻는 것은 의약품 전문 집단인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허가한 것을 왜 의심하고 뒤집지 않았느냐는 얘기란 점에서도 제재가 과도한 면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변호사나 의사 자격이 있는 사람(코오롱티슈진)을 헤드헌터(증권사)가 A법인(거래소)에 소개해 취업을 했다고 가정했을 때 면허가 허위라도 헤드헌터에게 책임을 묻을 수는 없습니다. 이력의 허위 여부는 헤드헌터가 가려야 하지만 국가에서 부여한 자격까지 판별해야 할 의무는 없기 때문입니다.

금융당국이 상장 과정에서 주관사의 재무제표 확인 책임을 강화한 것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동안은 증권사가 직접 작성한 부분만 책임을 졌는데 앞으로는 재무제표와 관련해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합니다. 

증권사에도 회계사가 있지만 회계법인보다 더 꼼꼼히 살펴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법률 지식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법대 교수도 법정에서의 법리 다툼은 변호사나 검사보다 못할 수밖에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결국 증권사는 회계법인과 식약처를 뛰어 넘는 해당 분야의 역량을 갖춰야만 아무 문제없이 IPO 주관 업무를 완수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증권사가 인보사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더 큰 책임이 있는 식약처는 어느 순간 한발 이상 떨어져 있는 모습입니다. 거래소도 인보사 사태와 무관하다는 듯한 모양새입니다. 증권사의 재무제표 책임 강화는 회계법인의 부담 완화로 연결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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