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와 문재인 대통령<사진=연합뉴스>

"아베 신조 정권이 결국 루비콘강을 건너 '트럼프화'를 시작했다."

일본 주간지 주간현대 특별편집위원인 곤도 다이스케는 최근 온라인 매체 현대비즈니스에 쓴 '아베 정권의 대한국 수출 규제가 일본의 국익을 해치는 10가지 이유'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렇게 꼬집었다. 그는 아베 정권이 한국에 대한 반도체 재료 수출 규제를 통해 '판도라의 상자'를 열게 돼 유감이라고 했다.

곤도 위원이 '냉정한 분석' 아래 이번 조치를 '어리석은 계책'(愚策)이라고 판단하게 된 이유 10가지를 한 번 들여다보자.

①무역전쟁엔 승자 없다

곤도 위원은 1년째 이어지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을 근거로 들었다. 중국 상무부가 지난달 발표한 '무역협상 백서'엔 미국의 대중 추가관세 조치와 이에 대한 중국의 보복에 따른 양국의 피해가 고스란히 담겼다. 곤도 위원은 지난해 일본이 한국을 상대로 241억달러의 무역흑자를 봤다며 이번 조치에 따른 역풍을 우려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막대한 이익을 내온 일본 브랜드 유니클로 등을 표적으로 한 불매운동이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②한국산업을 이롭게 한다

곤도 위원은 지난 5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무역전쟁 표적이 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본사를 다녀왔다고 한다. 그는 트럼프의 공세가 화웨이의 내부 결속을 높였으며, 이 회사가 자체 칩 생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걸 직접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화웨이와 미국 기업의 거래를 막은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가 결국 미국 반도체 산업에 잠재적 역풍이 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화웨이에 대한 제재 일부 해제를 통해 한 발 물러났는데, 이는 강제된 것이라고 곤도 위원은 꼬집었다. 

③강제징용 문제 해결 요원

곤도 위원은 일본의 본래 목표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지만, 이번 제재로 해결될 게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가 오히려 한국인들의 반일감정을 자극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곤도 위원은 특히 이번 제재가 대법원 판결이 지나치다며 문재인 정부를 비판해온 적지않은 한국인들마저 반일감정에 휩싸이게 했다고 비판했다.

④韓관광객·취업자 잃을 것

곤도 위원은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로 한국에서는 일본제품 불매운동과 함께 일본여행 중단운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은 753만8952명으로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24.1%에 달했다. 중국(26.8%) 다음으로 높은 비중이다. 한국인 관광객이 일본에 등을 돌리면 일본 관광산업, 특히 지방경제가 타격을 입기 쉽다. 한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 내년에 도쿄올림픽을 맞아 세운 외국인 관광객 4000만명 돌파 목표 달성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손 부족이 심한 일본 기업에는 한국인 인재들의 이탈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곤도 위원은 경고했다.

⑤한류 붐 무너질 수도

한국에 대한 수출 제재 조치가 일본에 엄청난 활기를 불어넣은 한류 열풍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곤도 위원은 아베 총리의 부인인 아키에 여사가 한류팬이라며, 이번 조치로 부부싸움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비꼬았다. 

⑥약자가 강자를 이긴다?

곤도 위원은 상대적으로 약자인 중국과 북한이 각각 초강대국 미국과 무역협상, 핵협상에서 맞서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미국에 중국, 북한 관련 문제는 일부일 수 있지만, 중국과 북한에 대미 무역협상과 핵협상은 국가적 차원으로 전부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이 일본과 달리 이번 사태에 국가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봤다. 그러면서 진정성이 앞서는 한국이 대응조치로 압도적 우세를 자랑하는 유기EL패널과 반도체로 대일 제재를 걸어오면 한국이 일본을 능가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⑦일본은 싸움·위기에 약하다

곤도 위원은 일본이라는 나라가 패전 이후 74년간 평화롭게 빈둥빈둥 살아왔기 때문에 싸움에 익숙하지 않고, 위기에도 약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국은 미·중·일·러 4강 사이에 끼어 항상 싸움 속에서 살고 있고, 북한과의 대립 속에 위기가 일상화했다며 '위기에 강한 체질'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과거 한·일 분쟁을 봐도 교과서문제, 독도문제, 위안부문제 등에서 '위기에 강한' 한국의 무리한 행동이나 요구 등이 어느 정도 통했다고 지적했다.

⑧한·일 분쟁에 중국 반사이익

곤도 위원은 한국과 일본이 모두 미국의 동맹국으로 자유, 민주, 인권 등 가치관을 공유하는 민주국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의 급부상 속에 동남아지역 경제를 좌우하는 것도 화교그룹이라며, 이 지역에서 사실상 한국과 일본만 '비중국권'이라고 했다. 한국과 일본이 다투면 이 지역에서 미국의 위상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중국만 이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⑨아베의 트럼프화

아베 총리가 국제사회에서 트럼프화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도 국익에 도움이 될 게 없다는 지적이다. '아베의 트럼프화'는 이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비롯한 외신들이 문제삼은 대목이다.

⑩일본의 미덕?

곤도 위원은 끝으로 일본보다 국력이 떨어지는 나라에 대한 '제재'는 일본인의 정신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일본인들이 지금도 경애하는 '무사도'(武士道)는 '인'(仁)이나 '예'(禮)를 중시한다며, 인은 '타자를 생각하는 마음'이고 예는 '배려를 형태로 나타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함부로 칼을 뽑는 것은 결코 일본인의 미덕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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