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월가에서 미국발 환율전쟁에 대한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우선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무게중심을 무역전쟁에서 환율전쟁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설명이다. 12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이 정부차원에서 환율시장에 개입할 것이라는 전망에 골드만삭스까지 합세했다. 

◇불가능은 없다...美 정부차원 환시 개입 리스크

골드만삭스의 마이클 카힐 전략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국가의 환율정책에 대해 계속해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미국의 환율정책이 투자시장에 개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달러 약세를 위한 행동에 나설 리스크가 높아졌다고 그는 평가했다. 

미국이 환율시장에 마지막으로 개입한 것은 지난 2011년이다.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일본 엔화가 급등하면서 너무 떨어진 달러를 끌어 올리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방향은 반대로 달러 약세를 위한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월가의 많은 애널리스트들이 전망하고 있다. 미국은 2000년 이후 달러 약세를 위한 시장 개입을 한 적이 없다. 

카힐 골드만 전략가는 "미국이 직접 환율시장에 개입할 가능성은 낮지만 그럴 위험이 계속 오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대차대조표를 활용해 부양에 나선 것처럼 환율개입도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환율시장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환율전쟁 안하면 바보 취급 당한다

골드만에 앞서 ING, 씨티그룹도 비슷한 전망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유럽과 중국을 겨냥해 '거대한 환율조작게임'을 하고 있다는 트위터를 올린 이후 미국의 환율개입이 월가에서 핫이슈로 떠올랐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트럼프는 트위터에서 미국도 "상응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계속해서 바보(dummies) 취급을 당한다"고 말했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상에 힙입어 미 달러는 다른 주요국 통화에 비해 오름세를 보였다. 연준의 무역가중치 대비 달러는 200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강달러는 미국 무역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이는 트럼프의 경제정책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미 재무부가 보유한 달러는 2200억달러으로 재무부가 행동에 나선다면 환율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은 상징적인 수준일 것이라고 카힐 전략가는 말했다. 문제는 연준이 트럼프 행정부의 환율개입에 동참하지 않을 경우 그 영향력이 상당히 제한적일 것이라고 카힐 전략가는 지적했다.

일일 거래량이 5조달러에 달하는 글로벌 외환시장에 지속적 영향력을 끼치기는 쉽지 않다. 과거 시장 개입의 경우 다양한 국가들의 중앙은행들이 합의해 시장에 강력한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이번에 미국이 단독으로 개입하면 영향력은 크지 않을 수 있다. 카힐 전략가는 "국제사회가 달러약세를 위해 미국과 공조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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