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에서는 시민의식 고취를 위한 정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쓰레기 분리수거를 강제 시행하는가 하면 도심에서는 복장 단속까지 이뤄지는 등 요란스럽다.

미국과 무역전쟁을 치르는 것만 해도 버거운 상황에서 난데없이 선진 시민 만들기에 나선 배경이 있다.

먼저 실리적인 측면을 들여다보면 중국의 쓰레기 문제는 더이상 방치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

지난해 생활쓰레기 발생량은 2억1521만t으로 전년보다 60% 가까이 급증했다. 1인당 하루 평균 발생량은 1.2kg으로 선진국의 1.5배 수준이다.

14억 인구가 매일 같이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배출하다보니 나라 전체가 거대한 쓰레기장으로 변하고 있다. 환경 오염은 둘째 치고 자원 낭비가 극에 달한 모습이다.

시진핑 국가주석까지 나서 "쓰레기 분리수거는 인민의 생활 환경, 자원의 절약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으며 사회 문명의 수준을 반영한다"고 외쳤다.

최고지도자의 일침에 쓰레기 분리수거 혁명이 시작됐다. 중국 최초로 분리수거가 강제 시행되는 상하이의 경우 개인이 어기면 최대 200위안(약 3만5000원), 기업이 위반하면 5만 위안(약 85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내년까지 베이징 등 46개 주요 도시에서 쓰레기 분리수거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시내에서 웃통을 벗고 다니는 '방예(膀爺·웃통 벗은 남성)' 단속의 경우 2021년 공산당 창당 100주년,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등 굵직한 이벤트를 앞둔 데 따른 사회 정화 성격이 짙다.

톈진시와 산둥성, 랴오닝성, 허베이성 등 다수의 지방정부에서 상의를 탈의하는 '문명적이지 않은 행위'를 할 경우 최대 200위안(약 3만5000원)의 벌금을 물리기로 했다.

중국이 시민의식 제고에 나선 데에는 이 같은 실리적인 이유보다 더 근본적인 뒷배경이 존재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시 주석 등 중국 수뇌부가 서구와의 체제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다고 언급한 만큼 주요 2개국(G2) 위상에 걸맞는 품격을 갖춰야 한다는 주문이라는 것이다.

실제 웃옷을 말아올려 배를 노출하는 이른바 '베이징 비키니' 차림은 외신이 중국의 시민의식 부재를 지적할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소재다.

미국에 맞선 자유무역의 수호자를 자처하고, 글로벌 정치·경제·군사적 영향력을 키워나가는 마당에 더이상 서구 사회가 비아냥거리는 꼴을 보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읽힌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소셜미디어 공식 계정인 협객도(俠客島)는 "국민당 정부 시절 장제스(蔣介石)가 신생활 운동을 전개하며 가래침 뱉는 것을 규제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며 "이후 생활 수준이 향상되고 시민 의식이 높아지면서 가래침을 뱉는 행위가 차츰 줄어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경제 수준이 높아지고 공중도덕에 대한 인식이 높아질수록 베이징 비키니 등 기존 관습도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사회주의 체제 특유의 추진력을 자랑하는 중국 정부가 실리와 명분을 모두 챙기며 선진 시민 만들기에 성공할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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