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최근 공인회계사(CPA) 시험 문제 유출 논란이 뜨겁습니다. 지난달 말 치러진 시험 회계감사 과목 문제의 상당수가 한 사립대에서 진행된 시험 대비 특강과 유사했고 같은 대학 고시반의 모의고사 문제와 거의 일치하는 것도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내용은 언론 보도로 알려졌고 청와대 게시판에 공인회계사 시험문제 유출 의혹 수사를 요구하는 정원도 올라왔습니다. 청원에는 5000명 이상이 동의했습니다.
 
사태가 커지자 회계사 시험을 관리하는 금융감독원은 고위 임원이 직접 나서서 반박했습니다.
 
특정 대학에서 실시한 특강 내용과 출제 문제가 대부분 일치한다는 내용이 사실과 다르고 형식상 유사성이 있지만 일반적이 문제인 데다 일부 차이고 있다는 게 주요 내용입니다. 특강은 답안지 작성과 관련된 것으로 확인됐다고도 밝혔습니다.
 
금감원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해명에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문제 자체가 특별히 어떤 사전 정보가 있어야 예측 가능할 정도의 수준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론 유출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금감원이 조사를 통해 결과를 내놓겠다고 했으니 기다려볼 사안입니다. 만약 아니라면 금감원도 특강을 진행했던 강사도 출제위원도 모두 억울한 일입니다.
 
하지만 개인의 억울함보다 큰 진짜 문제는 유출 의혹이 그럴듯하다고 믿어지는 상황입니다. 금감원에 대한 일반의 신뢰가 바닥이란 방증이기 때문입니다. 금감원이 항상 투명하고 공정한 조직이란 믿음이 있었다면 유출 논란은 크게 번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깊은 불신은 금감원 스스로가 차곡차곡 쌓아온 결과물입니다. 고위 간부가 채용 비리에 연루됐다는 것을 비롯해 특정 업무 권역과의 유착 의혹 등 금감원은 오랜 시간 불미스러운 일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퇴직 후 피감 대상인 기업으로 자리를 옮겨 금감원의 제재를 막는 방패막이 역할을 해왔다는 것도 신뢰를 떨어뜨린 요인 중 하나입니다.
 
국책연구기관인 KDI는 금감원 퇴직자가 회사로 왔을 때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16% 정도 줄어든다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해당 보고서에서 단서를 단 것처럼 부당한 유착관계가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금감원 출신 인사가 기존의 부적절한 제도나 문화를 바꾸는 역할을 한 게 제재를 줄어든 이유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전관예우 때문일 것이란 게 일반적인 생각입니다. 금감원 출신 인사들이 반드시 되돌아봐 할 부분입니다.
 
단지 같은 직장에서 먼저 일했다는 이유로 개인의 영달을 위해 후배에게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않았는지 말입니다. 금감원 구성원으로서 주어진 권력을 제 맘대로 휘두르지 않았는지도 함께 되돌아봐야 합니다.
  
이런 행위는 본인이 몸담았던 조직의 질서를 흩트리고 자신이 살아온 삶의 궤적을 깨뜨리는 자기부정입니다. 당신의 잘못된 행동으로 개인적 이익이 커지는 만큼 후배와 동료, 조직은 오명을 벗어나기 힘들어진다는 것도 되새겨야 합니다.
  
이번 회계사 시험문제 유출 사태도 단지 사실이 아니란 것을 증명하는 데만 집중해서는 안 됩니다. 사태를 키운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도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호평을 악평으로 바꾸기는 쉽지만 그 반대는 상당히 오랜 시간과 노력, 고통이 수반된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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