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수출 분쟁이 격화함에 따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해법을 찾고자 일본으로 떠났다. 신 회장의 일본 출국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이은 것으로 재계에선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국가간 분쟁 속 개별 기업이 해법을 들고 올 수 있을지를 가늠할 수 있어서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일본 현지에서 금융·재계 인사들과 릴레이 회동을 하고 있다. 일본이 대한(對韓) 수출 규제 범위를 확대할 수 있는 만큼 대비책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시장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신 회장 입장에서는 다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7일 일본 경제 보복 관련 논의를 위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과 비공개로 만났다. 그러나 신 회장은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고 출장길에 올랐다. 그만큼 긴박한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사실 이번 신 회장의 출장은 정기적인 성격도 있다. 신 회장은 6월 주주총회가 마무리 된 이후 투자자나 계열사 경영진을 만나왔다. 이번에는 일본의 주요 금융사 관계자들을 주로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해서 정기 출장의 성격으로만은 보기 어렵다는 게 재계 안팎의 공통된 시각이다. 롯데그룹의 경우 유독 일본계 금융권을 통해 차입하는 경우가 많고, 일본 롯데를 통해 직접 자금을 조달하기도 한다. 따라서 신 회장이 자칫 돈줄이 막힐 수 있는 상황을 대비하고자 점검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또 인맥을 활용해 정계 인사들을 만날 가능성도 나온다. 신 회장은 국내 기업인들 중 아베 신조 일본총리와 가장 친분이 있는 인물로 알려졌다. 부친인 신격호 명예회장이 아베 총리의 부친인 아베 신타로 전 외무상,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 등과 교류해 온 영향이다.

따라서 이번 신 회장의 출장을 두고 재계에서는 신 회장이 '민간 외교관' 역할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한국의 상황을 설명할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재계에는 그 어느때보다 신 회장의 역할이 중요해졌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지난 5월 신 회장이 미국 투자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단독 면담했을 당시에도 한·미 관계 교두보 역할을 했다는 시각이 많았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일본과의 갈등이 더 격화될지는 알 수 없지만 국가 차원에서 쉽게 풀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기업들의 역할이 중요해졌다"면서 "특히 삼성과 롯데의 움직임이 가이드라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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