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가계대출이요? 신경써서 보고 있지만 대출 규제 때문에 늘릴 수 없는 상황입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집단대출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요."

최근 국내 주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지만 은행권 내에서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모습이다.

10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국민·우리·하나·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421조4929억원으로 전월 대비 3조281억원 증가했다.

이들 은행의 주담대는 정부의 대출 규제 등으로 올해들어 증가폭이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으나 지난 4월부터 다시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11월과 12월 전월 대비 4조원 이상 늘었던 주담대 증가폭은 올해 1~3월 2조3000억~2조6000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그러나 지난 4월 3조원 증가한 데 이어 5월에는 2조7033억원으로 소폭 줄었으나 6월 들어 증가폭이 커졌다.

이처럼 주담대가 많이 증가한 데는 집단대출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이들 은행의 지난달 집단대출 잔액은 138조711억원으로 전월 대비 1조9819억원 늘었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아파트 입주시기가 겹쳐 잔금대출이 일시적으로 늘었다"라며 "이를 제외한 주담대 증가폭은 대출 규제 등의 영향으로 상당히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대출 규제로 가계부채 증가세 역시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최근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가장 잘한 정책을 묻는 질문에 '가계부채 안정'을 꼽았다.

그는 "여러 가지 선제적으로 한 게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계부채라고 생각한다"며 "가계부채 증가율이 4%대로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큰 폭으로 줄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은행들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이 가계대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대출 영업의 핵심이지만 대출 규제에 막혀 확대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애초에 올해 목표를 세우면서 가계대출 중에서도 주담대 실적은 크게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며 "정부에서도 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강조하고 있는 데다 실질적으로 대출자산을 늘릴 수 있는 곳이 기업밖에 없기 때문에 기업대출을 강화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아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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