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드디어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최근 강남 재건축이나 강북 재개발 단지들이 주택도시보증공사(HIG)의 분양가 규제를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후분양 선회 움직임을 보이자 급제동에 나선 것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고분양가 관리지역의 민간택지에 대해서는 HUG의 분양보증제도를 활용, 분양가 규제를 해왔다. 분양보증은 아파트를 분양한 뒤 업체가 도산하더라도 보증기관에서 대신 지어주는 것으로 일종의 보험역할을 한다. HUG가 독점하고 있는 분양보증없이는 선분양을 할 수 없다.

하지만 골조공사 3분의 2 이상이 진행된 뒤 분양하는 ‘후분양’은 분양보증없이도 두곳 이상 업체의 연대보증을 받으면 진행이 가능하다. 후분양은 선분양과는 달리 분양보증을 받지 않아도 되고 분양가를 주변 시세만큼 충분히 받을 수 있다. 자칫 고분양가 후폭풍이 생길 수 있으니 정부 입장에서 선제적 대응에 나센 셈이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일반 분양가가 당연히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시세보다 낮은 감정평가를 기준으로 토지비를 산정하는데다 거품을 뺀 기본형 건축비를 더해 분양가를 산정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분양가 규제로 공급자의 이익이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니 ‘소비자 잉여’가 늘어난다. 낮은 분양가에 수요가 몰리면서 청약 열풍이 나타날 수 있다. 단기적으로 굳이 집을 사지 않고 분양을 받으려는 대기수요가 늘어나 집값이 안정될 수 있다.

하지만 분양가 상한제는 극약처방인 만큼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서울지역에서 주택 공급 루트는 재개발·재건축 이외에 이렇다 할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 

현재 재건축과 재개발은 일반 분양을 통해 조합원들의 부담금을 낮추는 구조이다. 일반 분양가를 많이 못 받도록 하면 당연히 재건축·재개발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다. 이런 부작용에 불구하고 고공비행하는 분양가를 이대로 둘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인 것 같다.

후분양을 제어하기 위한 민간택지의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하려면 현행 주택법 시행령 61조(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의 지정기준 등)를 개정해야 한다. 현재 분양가 상한제는 2007년처럼 모든 지역에 시행하는 것이 아니다. 

분양가 상승률, 청약 경쟁률, 주택 거래량을 고려해서 일정 요건을 갖춘 지역에 대해 ‘주거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정한다. 지정방식이 조정대상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과 비슷한 구조다. 상한제 대상이 재건축이 집중되어 있는 강남권뿐만 아니라 재개발 중심의 강북권과 수도권까지 확대된다면 파장이 클 것 같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그 다음 관심은 적용 시점이다. 현재 재건축과 재개발의 분양가 상한제는 철거 시점의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하는 단지부터 적용하도록 돼 있다. 정부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분양 직전의 입주자모집공고일 기준으로 바꿀 가능성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상한제 적용 대상 단지들이 대폭 늘어난다.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아 일반분양을 앞두고 단지들은 그동안 후분양을 검토했는데 이번에 선분양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기보다는 선분양을 하는 것이 더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점만 감안하면 공급위축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초기 단계의 재건축 단지들이다. 이들 단지는 지난해부터 시행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로 이미 사업이 중단되어 있다. 분양가 상한제는 재건축 사업성을 더 떨어뜨려 직격탄이 될 것이다. 정부는 아마도 시장 충격을 피하기 위해 일정 기간의 유예기간을 두겠지만 초기 단계 재건축 단지들은 피해 나가긴 어려울 것이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재건축·재개발의 수익성 악화로 볼 것인가, 공급 부족으로 해석할 것인가. 보는 시각에 따라 시장 영향은 달리 나타난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분양가 상한제를 이른바 주택시장의 ‘프레임 전쟁’이라고 부른다.

만약 시장 참여자들이 단순히 수익성 악화로 받아들인다면 재건축·재개발시장은 투자수요가 끊겨 냉랭해질 것이다. 반대로 공급 부족으로 인식할 경우 집값 불안은 해소되지 않을 수 있다. 아무튼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하더라도 시장의 목소리를 수렴해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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