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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의 금융夢]아베는 한국에서 돈을 뺄 수 있을까?
  • 이명헌 기자
  • 승인 2019.07.09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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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6일 오사카 상점가에 유세에서 유권자들과 손바닥을 부딪치며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일본이 자금을 회수해도 큰 영향이 없다."
 

일본이 반도체 소재를 시작으로 규제 품목을 늘리는 등 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몽니*(왜? 보복이 아닌지는 아래 참고)가 심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시장에서도 걱정이 늘고 있습니다.
 
위의 말은 금융당국의 수장인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금융 부분의 몽니 우려에 관한 답변입니다. 금융위원장이 자신 있게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얘기했지만 아베가 우리나라에서 일본의 돈을 뺄지 아니면 그대로 둘지 예단할 수 없습니다.
 
가능성을 예상해보는 것도 사실은 무의미합니다. 일본의 몽니란 것이 열 길 물속보다 파악하기 어렵다는 다시 말해 아무도 모른다는 아베의 마음속에서 출발했고 누구나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없는 정치적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아무런 단서 없이 풀어야 하는 'O·X' 문제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베가 한국에서 돈을 뺄까?'란 질문에 대한 답을 해야 한다면 '아니오'라고 하겠습니다.
 
아베의 마음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심리 전문가도 아니고 일본의 정치 상황을 분석할 수 있는 정치 전문가도 아니고 양국의 경제에 미칠 영향을 예측할 수 있는 경제 전문가도 아니지만 금융시장 주변에서 십수 년을 오가며 보고 들은 지식과 상식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의 사고를 하는 사람으로서 판단해보면 그렇습니다.
 
일단 아베의 몽니가 정치적 이득을 얻기 위함이란 점은 누구나 생각이 같습니다. 정치적 이득은 단기적으로는 코앞으로 다가온 선거에서의 승리고 장기적으로는 군대를 가질 수 있는 정상 국가로의 회귀이자 잠시 잃어버렸다 되찾은 '55년 체제'의 영속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치적 행위는 이치나 정당성을 떠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명분이 가장 중요합니다. 특히 국민이나 국가 경제 등에 불이익이 따르는 행위라면 더욱더 그렇습니다. 그래야만 고통을 감내하고라도 지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쉽게도 아베의 정치적 목적에 일본 국민이 어느 정도 공감하는지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근거는 찾지 못했습니다.
 
다만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지 않다는 것과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에 크게 동의하지 못한다는 점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요미우리신문이 지난 4~5일 18세 이상 유권자 157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아베 내각 지지율은 51%를 기록했습니다. 닷새 전 조사보다 2%포인트 낮아진 것입니다.
 
수출 규제 조치가 나온 뒤 일본 내에서 아베를 비판하는 언론 보도와  여론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도 연결이 됩니다.
  
게다가 아베는 스스로 명분이 없다는 것을 자인하고 있습니다. 그는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무역 규제의 이유에 대해 우리나라가 반도체 소재를 북한에 군사적 용도로 넘겼을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아베의 측근도 같은 의미의 발언을 며칠 앞서 했습니다. 근거는 없습니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가 일본의 수출 규제 직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내놓은 예상대로입니다. 그는 아베의 기관지라고 할 수 있는 일본의 한 주간지가 수출 규제 품목인 에칭 가스가 우라늄 농축에 쓰인다는 점을 들어 한국이 북한의 핵무기 제조를 돕는 것 아니냐는 보도를 냈고 아베 정권이 이를 수출 규제의 논리로 사용할 것이라고 전망했었습니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도 아베 정권이 한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다만 그 대상은 일본이 절대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어 대체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려운 품목, 대체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한 부분일 것입니다.
  
금융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반도체 소재를 만드는 것처럼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거나 일본만의 경쟁력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일본에서 나온 돈이 다른 곳에서 나온 돈이나 그 가치는 모두 같습니다. 그만큼 쉽게 대체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금융위원장의 발언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국제신용평가사도 높이 평가할 정도로 안정적인 국가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돈을 빌리겠다고 하면 꺼릴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란 뜻입니다.
  
일본에서 국내로 자금이 들어온 자금은 아무런 대가 없이 준 원조(援助)가 아닙니다. 그들 스스로 돈을 불려줄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해 빌려주거나 투자를 한 것입니다.
  
아베가 일본 자본에게 한국에서 돈을 빼도 손해를 보지 않을 수 있는 투자처를 일본 내에서나 아니면 다른 곳에서 찾아줄 수 있을까요? 만약 그렇게 하지 못하면서 억지로 자금을 빼도록 한다면 아베의 권력 유지에 득일까요? 아니면 실일까요?
  
*일본 아베 정권의 반도체 규제 등을 두고 '보복'이란 말을 많이 쓰는데 틀린 표현입니다. 보복이란 남이 저에게 해준 대로 되갚는다는 앙갚음과 같은 의미이고 복수, 응징 등 행위의 대상에게 어떤 잘못이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그보다는 받고자 하는 대우를 받지 못할 때 내는 심술이란 뜻이 있는 몽니가 더 적절합니다. 어쩌면 생떼가 더 어울릴 수도 있습니다.

이명헌 기자  lmh@businesspl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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