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들어 미국증시 주요 주가지수들이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미국과 무역분쟁을 진행중인 중국증시도 나름 견조한 흐름을 나타내는 중이다. 반면, 한국증시는 글로벌 증시 대비 상대적으로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한국증시의 글로벌 증시 대비 디커플링(차별화)에는 펀더멘탈과 수급 관련 몇 가지 요인이 그 배경으로 작용 중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첫 번째 근거는 국내증시 주요 기업들의 합산 실적 전망치가 해외 주식시장의 실적 전망 대비 하향 조정폭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 이같은 실적 전망치 하향조정 지속으로 인해 올해 들어 한국 주식시장은 주가 상승률이 부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2개월 예상 PER(주가수익비율) 밸류 지표는 높은 수준을 나타내 해외증시 대비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메리트가 약화된 상황이다.

세 번째, 국내 내수 및 수출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 증가를 이유로 국내외 주요 전망 기관들은 한국 GDP성장률 하향조정을 진행 중이다.

네 번째, 이처럼 상대적으로 취약해진 펀더멘탈 지표와 비싸게 느껴지는 밸류 지표는 국내증시에 대한 외국인 매수세 유입을 약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당분간 수급 여건 역시 국내증시에 우호적으로 작용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문제는 한국증시의 이익 전망치가 단기간에 개선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이다. 7월 들어 미국과 중국이 무역협상을 재개했지만, 아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못한 상황에서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가 본격화할 조짐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4일부터 일본 정부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의 제조에 필요한 일부 핵심 소재의 한국향 수출 규제를 시작해 국내 IT산업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 이달 18일에는 일본의 추가 규제 조치가 나올 것이라는 언론 보도도 전해진다.

일본 정부는 아직 수출 금지가 아닌 수출 규제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고, 국내 관련 기업들은 2~3개월 수준의 재고를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지진다. 하지만, 일본의 수출허가 심사에는 약 3개월의 시간이 소요돼 3~4개월 후에 보유한 재고를 소진하게 되면 생산에 차질에 발생하게 된다.

이같은 일본의 수출 규제는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이 신일본제철에 대해 강제 징용 피해자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결정한 것에 대한 보복 조치로 여겨진다. 일본은 당시 판결에 대해 1965년 체결한 한일청구권 협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지난 주말 일본 아베 정부는 수출규제의 배경에 대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제조 연관성까지 시사했다. 정치 보복이 아닌 안보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어, 일본의 수출규제가 장기화되거나 여타 산업으로 핵심 품목 수출 규제가 확산될지 여부가 주요 관건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달 21일 예정된 일본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아베 정부의 보수층 결집을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선거용 단기 이슈라면 그나마 시장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 일본의 수출 규제는 한국 기업뿐만 아니라 일본 기업과 글로벌 IT 기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 있어 향후 실제 수출 금지 여부와 규제 장기화 여부는 속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일본의 수출 규제가 장기화될 경우 국내 IT 기업들의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고, 국내증시에서 IT 기업들이 차지하는 실적 비중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증시 전반의 상승 탄력은 당분간 둔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2분기 실적 발표 시즌이 본격화되는 시기인 만큼 당분간 일본 수출 규제 관련 영향이 적은 실적 개선 기대 종목들을 중심으로 선별 종목을 압축하는 시장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유화증권 김승한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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