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 결혼을 앞둔 29세의 예비신부가 참변을 당했다. 31세 예비 신랑과 함께 결혼반지를 찾으러 가던 길이었다.

지난 4일 오후 2시 23분께 서울시 서초구 잠원동에 있는 지상 5층, 지하 1층짜리 건물이 철거 작업 도중 무너졌다. 30t 규모의 잔해물이 쏟아지며 지나가던 차량 2대와 주차돼 있던 차량 1대를 덮쳤다. 이 사고로 예비신부는 숨졌고, 예비신랑을 포함한 3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고가 난 건물은 지난 1996년 10월에 준공된 건물로 지어진 지 20년이 넘었다. 이에 해당 부지에 6층 규모의 근린생활시설을 새로 짓기 위해 지난달 29일부터 철거 작업이 진행됐고, 이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철거 중이던 건물이 붕괴한 사고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허술한 안전관리가 피해를 키웠다고 지적한다. 예기치 않게 건물이 무너졌다고 해도 건물 잔해가 공사장 외부로 나가지 않도록 충분한 안전조치가 돼 있었다면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란 견해다. 실제 해당 건물에는 얇은 가림막만 설치돼 있었을 뿐 안전 지지대는 충분하지 않았다.

윤정원 기자

앞서 2017년 1월에는 종로구 낙원동에서 철거 중인 숙박업소 건물이 무너져 매몰자 2명이 숨졌다. 같은 해 4월에는 강남구 역삼동 5층 건물 철거현장에서 바닥이 내려앉아 작업자 2명이 매몰됐다가 구조됐다.

지난해 3월에는 강동구 천호동 철거 공사장에서 가림막이 무너져 행인 1명이 다치는 사고가 있었다. 이어 9월에는 동작구 소재 상도유치원이 붕괴했다. 다행히 늦은 밤 건물이 무너져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상도유치원의 경우 사고 발생 5개월 전부터 붕괴 위험 지적을 받은 곳이다.

이처럼 비슷한 사고들의 반복은 결국 제도와 시스템의 허점 탓이다. 관리·감독 기관들은 서로 안전관리 책임을 미루고, 충분한 안전조치를 의무화하는 법과 제도는 마련돼 있지 않다. 안전 조치들이 제대로 실행되는지 감독하는 전문 책임기관 역시 보이지 않는다.

금번 붕괴사고 관계자들은 예비신부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순천향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사과의 말을 전했다. 철거업체 관계자들은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채 연신 “죄송합니다”를 되뇌었다. 제도적 보완은 없다. 늘 그렇듯 인재(人災) 뒤의 뉘우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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