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전국적으로 아파트 전세가격이 내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전국 평균 아파트 전셋값은 2.08% 하락했고, 서울은 강남권을 중심으로 25개 구가 일제히 하락하며 2.34% 떨어졌다. 연말보다 아파트 전셋값이 오른 지역은 손에 꼽을 정도다.

하반기에도 전세시장은 하향 안정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여전히 입주량이 넉넉한 지역에서는 역전세 우려가 나오고 있는 데다 주요 도심 역세권의 경우에도 추가 상승여력이 별로 남아있지 않다는 분석이다.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 도시에서 전셋값이 안정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무주택 세입자 입장에서는 반가운 얘기다. 특히 지난 해까지 집값이 급등한 지역이라면 더욱 그렇다. 높아진 집값 장벽을 피해 당분간 전세를 유지해볼 만 하다. 최근 입주량이 많았던 지역이라면 새아파트 전세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노려봄 직하다.

다만, 아파트 기준으로 통계상 2019년 아파트 입주예정 물량이 전년에 비해서는 감소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하반기 새아파트 입주예정 물량은 17만 1,133가구이다. 전년 동기대비 26% 줄어든다. 반기 기준 입주량이 20만 가구 아래로 떨어진 건 2017년 상반기 이후 처음이다.

물론 서울의 경우에는 2만 6,361가구가 입주할 예정으로 직전 상반기 입주량보다 많다. 강동구를 중심으로 서울 동남권역에 하반기 입주량이 몰려있고, 입주집중시기에 가격 약세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새아파트 대기수요에 비해 충분한 양이라고 볼 순 없다. 사업 변동성이 크다곤 해도, 강남권 재건축 이주 상황에 따라 입주쏠림에 따른 전세값 하락은 일시적인 약세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한편 서울 강남권과 새아파트, 그 밖에 소위 ‘대대광’으로 불리는 몇몇 지방도시의 주거중심지는 올해 상반기에도 집값이 강보합세 내지는 소폭 오름세를 띠거나 비교적 빨리 하락세에서 벗어났다. 급등한 집값 피로감에 하락을 기대하며 전세시장에 머물려던 무주택 세입자들로서는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 없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

전세를 유지해야 할까? 아니면, 하반기에 내집마련에 나서야 할까?

결국 전세시장도 하반기에는 다각화 양상을 띨 것이다. 입주부담이 누적된 곳이나 하반기 입주량이 몰리는 지역은 약세를, 재건축 이주수요가 발생하는 지역이나 임차 선호지역은 상대적으로 강세를 띨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집값이 먼저 상향 조정되는 곳이나 향후 입주피로감이 점차 누그러지는 곳에서는 장기적으로 내집마련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높은 집값 장벽과 대출규제를 고려하면 입주시장을 살피면서 전세를 유지하는 전략이 마땅하다. 무주택 자격을 유지해 새아파트 청약계획을 세우고 있는 세입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자본차익을 고려하는 투자 성향을 가지고 있다면, 또는 올 하반기 집값 상승 가능성이 높아진 지역의 무주택자라면 내집마련을 미루는 게 최선이 아닐 수 있다. 다행히 금리도 안정적인 마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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