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아파트값이 8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들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상반기 중 1.85% 떨어졌다. 주택시장은 침체기에 빠진걸까? 전체적으로 그렇지만, 어디에선가는 아니다.

서울 강남권 소재 재건축아파트지수는 최근 반등세를 보였고, 대표적인 고가의 몇몇 재건축 지분 물건은 회수되거나 소진됐다. 지난 6월 기준으로 서울 강남구 아파트값이 매매-전세 동반 상승세로 전환됐고, 총 5개 구가 하락을 멈추고 보합세를 보였다. 장기 부진을 겪고 있는 지방도시에서도 입주를 앞둔 신도시나 개발중인 역세권과 신흥 상업지역 주변에선 프리미엄 거래가 유지되고 새아파트 청약이 순위 내에서 마감됐다.

과거 금융위기 때와는 다른 차별화가 주택-부동산 시장에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전반적인 흐름이 아니라 각 지역과 개별 상품의 상황과 특성에 따른 세분화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역경제 부진과 인구감소로 고심하고 있는 지방도시에서도 상대적으로 자금여력이 있는 수요자들은 새아파트 투자와 주거환경 업그레이드에 여전한 관심을 보였다. 신흥지역의 유망단지를 골라 청약에 도전하고 투자할만한 개발호재 지역을 고르느라 부산한 모습이 현지에서 포착됐다. 수도권과 마찬가지로 전체적인 공급부담을 겪으면서도 투자 및 실거주 선호도가 높은 지역의 새아파트 공급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형편이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

이처럼 시장 차별화와 지역별 투자쏠림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전국 각 도시에서는 각 지역별로 수급불균형이 심화되고 지역간 투자 선호도에 따라 가격 차이도 커지고 있다. 지역별로 세밀한 공급량 결정과 개발계획의 조절이 필요해 보인다.

개발이 집중된 신흥지역과 구도심의 경쟁력도 벌어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빠르고 손쉬운 신도시 공급방식으로 부족한 새아파트를 공급하는 동안 구도심의 경쟁력은 사라지고 있다.

만족스런 실거주와 성공적인 투자를 동시에 해결하고자 하는 주택 수요자들이 중요시하는 선택기준은 이미 검증된 입지적 가치와 함께 잘 갖춰진 생활인프라이다. 선천적 입지가 우수한 구도심 주거지역은 과거 이러한 선택기준에 충족됐을 것이다.

예상되는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재건축과 구도심 정비사업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 멀리 인구구조의 변화와 도시의 쇠락을 내다봐야 할 때다. 확장적 주택공급과 도시개발보다는 구도심의 노후주택과 인프라를 업그레이드하고 경쟁력을 회복시키는 도심집중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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