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사진:연합뉴스

공동묘지 근처에 살다 보니 아이가 곡소리를 하고 놀아 안 되겠다 싶어 시장 인근으로 이사를 했더니 장사꾼 흉내를 내며 놀았다. 이것도 아니란 생각에 글방이 있는 곳으로 갔더니 예법을 배우고 글을 읽혀 머물러 살았다.

맹모삼천지교. 맹자가 공자와 함께 유가의 대표적인 사상가이자 성인(聖人)으로 거듭나게 된 배경에 관한 얘기입니다.

아이 교육을 위해 세 번 이사한 맹자 어머니의 얘기는 하나의 인격체가 만들어지고 발전하는 데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환경의 중요성이 교육에 한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유소년 축구가 발전한 유럽이 세계무대에서 전통적인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것처럼 스포츠를 비롯해 기술·산업 발전 등 사실상 모든 게 사회·문화적 여건을 포함한 주변 환경에 의해 좌우됩니다.

기업도 이런 점을 인식하고 새로운 사업을 하거나 집중적으로 육성하려는 게 있을 때 조직구조를 바꿔 힘을 싣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에 눈에 띈 것은 우리은행입니다. 우리은행은 디지털 부문을 '은행 안에 은행(BIB, Bank in Bank)' 형태의 별도 조직으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디지털 부문의 사업 추진의 독립성과 예산 운영의 자율성도 보장하기로 했습니다. 디지털 금융 환경에 따르게 적응하는 동시에 역량을 키우려는 것입니다.

티지털 금융에서의 성공을 위한 방법으로 높은 점수를 줄 만한 시도입니다. 다만 분리된 조직이 성공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란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조직 재편은 말 그대로 성공을 위한 첫발 그 이상은 아닙니다.

맹모삼천지교를 통해 맹자가 오랜 시간 존경받는 성인이 된 것은 맞지만 환경의 변화가 전부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맹자의 어머니는 이사를 한 뒤 아이의 행동을 일일이 통제하지 않았고 주변에서 보고 듣고 변화하는 것을 지켜봤습니다.

물론 맹자의 어머니가 정확히 어떻게 훈육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전해지는 얘기만 놓고 보자면 그렇습니다. 행실 하나하나를 지적하고 본인이 원하는 방향을 강조하는 어머니였다면 굳이 이사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란 점에서도 그렇습니다. 누가봐도 이사보다 방에 앉아 책을 읽으라고 말하는 게 훨씬 쉽습니다.

맹자가 성인이 될 수 있던 다른 요인은 기존의 것에 집착하지 않고 새로운 것에 관심을 두는 호기심이 왕성했고 빠르게 배우고 익혀 행동하는 실천력도 강했다는 점입니다. 만약 새로운 환경에 거부감을 느껴 주변의 것을 둘러보는 것을 싫어했다면 방구석 외톨이에 머물렀을 것입니다.

우리은행의 BIB도 성공이란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조직 분리와 톡립·자율성 보장이 외형적 구호에만 머물지 않도록하는 앞으로의 노력이 더 중요합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조직 분리로 환경을 만든 만큼 디지털 부문의 현황을 일일이 수시로 챙기기보다 구성원들이 마음껏 뛰어다닐 수 있도록 잠시 잊은 듯 지켜보고 해당 부문에서 일하는 임직원은 기존의 금융 문법에 얽매지 않고 자유로움을 발산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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