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원대 회삿돈 횡령’ 전인장 회장 항소심 27일 선고

2017년 12월 5일 코엑스에서 열린 '제54회 무역의날 행사'에서 '1억불 수출의 탑'을 받은 전인장 회장 부부 모습. 사진=연합뉴스

50억원 가량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 수감된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과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전 회장의 아내 김정수 사장의 항소심 선고가 27일 나온다. 오너리스크에 직면한 삼양식품은 이날 선고에 따라 향후 경영에 많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형사3부(배준현 부장판사)는 27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등 혐의로 전 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을 진행한다.

전 회장 부부는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0년 동안 삼양식품의 계열사인 내츄럴삼양(현 삼양내츄럴스), 삼양프루웰이 이들 부부가 설립한 유령회사(페이퍼컴퍼니)에 납품한 것처럼 세금계산서 등 관련 서류를 꾸며 회삿돈 총 50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이성호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전 회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김 사장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80시간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횡령한 회사의 돈을 주택의 수리비용, 승용차 리스료, 카드대금 등 지극히 사적으로 사용했다"면서 "회사와 개인의 자금은 엄격히 구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 회장과 김 사장은 1심에서 혐의를 인정할 경우 정상참작 돼 실형은 피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구속 수감되자 입장을 바꿔 적극 해명에 나섰다. 혐의에 대해 소명할 부분이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이와 함께 전 회장 부부는 옥중 경영도 이어가며 보수도 챙겼다. 전 회장은 지난해 급여 6억2679만원과 상여금 7억893만원 등 13억3573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김 사장도 급여 4억7500만원 및 상여금 2억5833만원을 수령했다.

횡령, 배임혐의로 실형을 받은 경영진이 고액 연봉을 받는 데 대해 논란이 일었으며 전 회장의 횡령·배임 사건 이후 이러한 내용이 공개되자 삼양식품 주가는 하락해 시가총액 60%가 증발하기도 했다.

앞서 열린 주주총회에서는 전 회장이 횡령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데다 회사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에 따라 이 같은 인사는 등기이사 직에서 제외하자는 주주제안이 상정되기도 했지만 표 대결로 무산된 바 있다.

삼양식품은 오너리스크에 빠졌지만 해외 생산기지 모색과 다양한 신제품으로 제품 라인업을 늘려가며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각오다.

이를 위해 삼양식품은 동남아시아 지역에 생산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수출 전량이 국내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해외 공장 후보지 중 하나로 말레이시아를 선정해 논의를 거치고 있다. 올해 초 말레이시아 국영기업인 FGV그룹과 전략적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이와함께 삼양식품 대표 수출 브랜드로 자리잡은 불닭브랜드는 상반기 매출 1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2012년 첫 출시 이후 현재까지 누적 판매량은 15억개를 넘어섰다.

불닭브랜드 인기에 삼양식품 실적도 크게 개선됐다. 지난해 매출액은 469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551억원, 408억원으로 각각 27.4%, 40.3% 성장했다.

이 같은 성장세에 힘입어 삼양식품은 불닭브랜드 독창성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방침이다. 불닭볶음면의 다양한 확장으로 인해 최근 출시된 까르보불닭볶음면 등 제품군 다각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삼양식품 본사 전경

하지만 전 회장 부부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면치 못할 경우 오너리스크는 확대 될 전망이다.

이 재판과 별도로 전 회장은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도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서울지방국세청은 지난 4월 전 회장을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해 말 삼양식품과 일부 계열사를 조사한 세무당국은 전 회장이 회삿돈을 빼돌리는 과정에서 세금계산서를 허위로 작성하고 법인세 등 각종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전 회장은 2014년 1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이른바 통행세를 통한 부당 이윤을 챙긴 혐의로 26억2400만원 과징금을 납부했으며 2016년 8월에는 편법 승계 논란도 이어졌다.

경영 능력 역시 도마위에 올랐다. 전 회장은 취임 첫해 2010년 영업이익 116억원과 당기순이익 85억원을 달성했다. 고 전중윤 명예회장이 마지막으로 삼양식품을 이끈 2009년 영업이익 252억원과 당기순이익 189억원 대비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취임 6년째인 2015년에는 삼양식품은 34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2002년 순손실 이후 13년 만이다. 이후 2012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76억원, 53억원까지 하락했다. 2013년과 2014년 영업이익은 회복하는 듯 했으나 당기순이익은 50억원 아래에서 맴돌았다. 결국 2015년 영업이익 71억원과 당기순손실 34억원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 회장 부부 취임 이후 삼양식품은 계속해서 오너리스크에 직면하고 있다"며 "특수관계인 보유 지분이 많아 주총 표 대결에서는 승리했지만 향후 경영권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비즈니스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