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델타항공 조인트벤처 협약 체결식에서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오른쪽 네번째)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오른쪽 세번째) 등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사진: 연합뉴스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의 주가가 급락했습니다. 미국 델타항공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우군으로 나서면서 KGCI의 힘이 상대적으로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이 악재로 작용했습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진칼은 전날보다 15.1% 하락한 3만43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델타항공이 한진칼의 지분을 산 게 주가를 끌어내린 요인입니다. 델타항공은 20일(현지 시간) 홈페이지에 "대한항공 대주주인 한진칼 지분 4.3%를 확보했고 규제 당국의 승인을 얻은 뒤 10%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 최대 항공사인 델타항공은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때부터 대한항공과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하는 등 협력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델타항공이 대한항공과 마찬가지로 전략적 협력관계에 있는 에어포스나 중국동방항공, GOL 등 다른 항공사의 지분을 매입한 적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한항공의 지분이 아니라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주식을 샀고 KGCI가 한진칼의 지분을 16% 가까이 사면서 조 회장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고 있는 시점이란 점에서 한진 측의 백기사로 나섰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델타항공이 예고한 것처럼 한진칼 지분을 10%로 늘리면 KCGI와 조 회장 측의 지분 격차가 크게 벌어져 KGCI의 힘이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KCGI가 추진해온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개선과 기업가치 방안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낮아지는 것으로 연결됩니다.

델타항공의 지분 매입 및 확대 소식에 투자자들이 한진칼의 주식을 내다 판 것은 조 회장이 한진그룹의 기존의 방식대로 현상 유지를 하면서 기업을 이끄는 것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증시 전문가들도 KCGI와 총수 일가의 지분 격차는 좁을수록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어 이번 지분 매입을 총수 일가의 우호 지분으로 바라본다면 부정적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습니다.

한진칼에 대한 KCGI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투자자는 환호하고 반대일 경우 실망한다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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