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지는 좋죠. 리베이트는 근절된다는 데 공감합니다. 하지만 제대로 시행되려면 애매한 부분들을 모두 없애줘야 합니다. 불법을 합법화시키는 여러 장치를 만들어서 또 다른 리베이트가 시행될 가능성이 있으니까요.”(주류 제조업체 관계자)

“최근 김영란법, 주 52시간 근무 시행으로 회식 문화도 없어지고 인건비와 임대료가 올라서 주변에 폐점을 염두하는 동료들도 여럿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주류업체 지원금까지 근절되면 도매업자들이 우리에게 넘기는 병당 가격이 높아지고, 결국 술값이 인상될 수 밖에 없죠.” (자영업자)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술을 고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7월1일부터 시행되는 이른바 ‘주류 리베이트 쌍벌제’를 두고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주류제조업체와 주류도매업체는 취지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힌 반면 주점이나 식당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주류 리베이트 쌍벌제는 불법 리베이트 제공자와 받은 자를 함께 처벌하기 위한 제도다. 최근 국세청은 이런 내용을 담은 '주류 거래질서 확립에 관한 명령 위임 고시'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고 다음달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리베이트 문제 양지로...건전한 시장질서 확립

전국주류도매업중앙회는 이 제도를 반기는 분위기다. 오정석 전국주류도매업중앙회장은 19일 공식 자료를 통해 “기존에도 리베이트는 법으로 금지돼 있었지만 명확한 유권해석이 없어 변칙적인 영업 활동이 가능해 많은 부작용이 나타났다”며 “업계에서는 암암리에 또는 관행적으로 무자료 거래, 덤핑, 지입차 등 거래 질서를 문란케 하는 행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국세청 고시 개정안은 그동안 수많은 문제점을 양산해 온 리베이트 관련 문제를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경품 등 리베이트를 제공하거나 수수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도 정상적인 영업 활동과 소상공인 지원 차원에서 위스키만 정해진 한도 내에서 지급할 수 있도록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등 건전한 시장질서가 확립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중앙회에 따르면 주류업계에서는 리베이트 지원 규모를 공급가의 10~20%, 많게는 40%까지 추정하고 있다. 이 리베이트는 소수의 일부 도매업자와 대형 업소 위주로 돌아가고, 영세한 상인들은 훨씬 적은 금액을 받거나 아예 만지지도 못하는 현실이라는 게 중앙회 측 주장이다.

오 회장은 “일부 도매업자의 이윤만 더해주는 불공정한 거래에서 벗어나 제조업체, 유통업체, 업소, 일반 소비자 등 주류산업 전체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규모의 경제, 건전한 공정거래의 문화가 확립되기를 바란다”며 “앞으로 위스키 제조사에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2만여 회원사의 피해를 막아내는데도 공동 협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술값 인상 뻔해...1년 이상 유예기간 둬야

반면 주류를 취급하는 외식업체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주류업체 지원금이 금지되면 도매업자와 소매점 모두 기존보다 비싸게 술을 납품받아야하고 이는 곧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한 자영업자는 “임대료와 최저 임금의 급상승으로 점포 운영 비용 부담이 커진 상태에서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등에 따른 주류 트렌드 변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 제도까지 시행되면 벼랑 끝에 몰리게 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소매점들은 도매가 인상과 함께 주류업체 지원금을 받지 못하게 되며 수익 보전을 위해 주류 가격을 자연스레 올리게 되고, 이로 인한 피해는 소비자가 고스란히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점업 프랜차이즈 폐점률은 2017년 말 기준 13.9%를 기록, 외식업계(10.9%)나 폐점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치킨업체(11.2%)보다 더 높다.

이에 고시 개정안을 전면 철폐하거나 최소 1년 이상의 유예기간을 두고 순차적으로 반영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주류쪽은 워낙 가격에 민감하고 가격 경쟁이 치열한 곳이기 때문에 이번 사안에서 민감할 수 밖에 없다”며 “섣불리 법 개정에 나서기 보단 실제 필드에서 오는 파장 등을 고려해 순차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비즈니스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