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중국이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다. 중국이 관세 충격을 상쇄하기 위해 위안화 환율을 높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이러한 비난은 관세전쟁에서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정책의 중대한 결함을 보여준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각국 통화가 자유롭게 움직이는 자유변동환율 시대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기도 전에 환율이 움직여 관세를 무력화한다는 설명이다. 

이는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전쟁 기치를 드높이는 상황에서 불편한 진실이 아닐 수 없다. 다른 교역국에 대해서도 관세로 압박을 가하려는 정책은 더욱 꼬일 수 있다. 

트럼프가 지난달 2000억달러어치 중국산에 고관세를 매긴 이후 달러당 위안화 가치는 7위안을 향해 급격하게 떨어졌다. 7위안은 금융위기 이후 한번도 붕괴된 적이 없는 심리적 지지선이다. 

위안화 약세로 중국산의 가격이 떨어졌고 중국산에 매겨진 고관세 충격은 무뎌졌다. 트럼프가 중국의 불공정 무역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위협했지만, 중국산에 별다른 흠집 조차 생기지 않은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골드만삭스에서 외환전략본부장을 지냈던 로빈 브룩스 국제금융협회 수석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미국이 처음 고관세를 매겼던 2018년 6월 이후 달러당 위안화 환율은 6.4위안에서 6.9위안으로 올랐다.

미 재무부 관료로 일했던 브래드 세트서 외교정책위원회 시니어 펠로우는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관세로 위협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관세가 위협수단이 될 수 없는 것은 결국 환율 때문이라고 이코노미스트들은 입을 모은다. 관세는 또 다른 보복관세를 유발해 기업심리를 위축시키고 성장을 위협할 뿐이다. 게다가 환율시장에서 상쇄되지 않는 비용은 결국 소비자들에게 대부분 전가된다. 

트럼프는 미국이 관세를 통해 중국으로부터 많은 돈을 가져오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분명하지 않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중국에서 제품을 수입하는 미국 기업들은 늘어난 비용을 자체적으로 흡수하거나 정부에 25% 관세를 그냥 지불하거나, 가격을 올려 소비자에게 떠 넘긴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최근 중국은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총재 입을 빌려 위안화의 추가 약세를 경고했다. 이강 인민은행 총재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환율시장에서 마지노선은 없다고 강조하면서 시장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7위안이 붕괴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물론 위안화 약세로 중국이 감내해야 하는 위험도 있다. 지난 2015년 중국이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하면서 수십억 달러의 자본유출이 발생했고 인민은행은 외환보유고를 거의 탕진했다. 위안화 약세는 중국의 구매력도 약화시킨다. 

그러나 트럼프의 관세전쟁 결말은 결국 중국의 손에 좌지우지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세트서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는 고관세에 대해 중국이 환율조작으로 대응하지 말라고 매달리고 있다"며 "하지만 분명하게도 (위안화 환율은) 트럼프가 아니라 중국의 결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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