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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메모]영화 '기생충'에서 현실을 보다
  • 윤정원 기자
  • 승인 2019.06.12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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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 스틸 이미지

지난주 퇴근길,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을 봤다.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품었다는 데서 오는 기대감에 발걸음을 재촉했다.

영화는 전원이 백수인 기택(송강호)의 가족과 글로벌 IT 기업 CEO인 동익(이선균)의 가족 이야기를 다룬다. 기택의 장남 기우(최우식)에게 명문대생 친구가 고액 과외 자리를 알선하면서 기생충은 몸집을 키우기 시작한다.

기우는 학력을 위조해 과외 선생님으로 활동함과 동시에 일가족의 위장 취업 계획을 세운다. 결국 아버지인 기택은 운전기사로, 어머니인 문광(이정은)은 가사 도우미로, 여동생인 기정(박소담)은 미술·심리치료사로 동익의 집에 입성하게 된다.

남의 집 와이파이(wi-fi)가 터지는 곳을 찾기 위해 좁은 집 한켠 화장실 변기 위에서 손을 뻗던 기택의 가족들. 그러나 그들은 순식간에 궁궐같은 동익 집에서의 생활에 물들어간다. 동익이 가족 여행을 떠나는 날에는 파티가 벌어진다. 동익의 비싼 양주와 휘황찬란한 음식들을 펼쳐놓고 '을'이던 기택의 가족들은 '갑'의 자리에 서본다.

영화는 중반부까지 갑과 을의 극명한 대비를 조명한다. 그러나 후반부터는 을과 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사업 부도로 동익 가족 몰래 지하실에 숨어 살던 이전 가사 도우미의 남편에게 기택 가족의 정체가 탄로 나면서 을 간의 벼랑 끝 혈투가 진행된다. '기생충들의 싸움'이다.

영화 기생충에서 배경이 되는 곳은 '집'이다. 정원이 한눈에 보이는 널찍한 주택은 갑의 상징으로 표현되고, 벌레가 우글거리는 지하실은 을의 표상으로 비쳐진다. 정부 역시 지하와 반지하, 옥탑방을 주거취약환경으로 정의하지 않는가.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기생충은 부동산을 취재하는 기자에게 '지·옥·고(지하실·옥탑방·고시원)'를 다시금 각인시키는 영화였다. 난방, 환기, 채광, 방음, 안전, 위생 등에 모두 취약한 지·옥·고에서의 삶에 시선이 박혔다.

윤정원 기자

지난 3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8년도 주거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하·반지하·옥탑방 거주비율은 1.9%로 집계됐다. 수도권에서 지하·반지하·옥탑방 거주비율은 3.9%였고, 수도권 이외 지역은 0.1%로 나타났다.

특히 청년세대의 경우 지·옥·고 거주 비율이 상당히 높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서울의 1인(20~34세) 청년가구 중 주거빈곤가구 비율은 2005년 34.0%에서 2010년 36.3%, 2015년 37.2%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이다.

정부는 청년 맞춤형 임대주택 공급 등 각종 정책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성적표는 초라하기만 하다. 청년 세대의 기대를 안고 지난 2017년 11월 출범한 국회 청년미래특별위원회의 경우 청년기본법 여야 합의안을 도출한 것이 유일한 성과일 정도다.

전문가들은 청년 주거 정책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청년 맞춤형' 지원책의 부재를 꼽는다. 행복주택, 공공임대 주택 등 주거취약층을 위한 집을 배분할 때 청년층은 신혼부부, 고령자, 부양가족이 많은 가족 등에 우선순위가 밀리는 탓이다.

비혼과 만혼 추세 속에서 신혼부부에 집중된 주거 지원책은 청년들을 주거 복지 사각지대로 내몰 수 있다. 월세와 보증금을 저금리로 대출하는 금융상품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민달팽이 청춘들의 삶은 언제쯤 나아질까.

윤정원 기자  garden@businesspl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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