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 사진=국제재선 화면 캡처

미·중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미·일과 중·러가 각각 밀월 관계를 강화하는 모양새다. 확실한 내 편 확보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부터 러시아 공식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지난 2013년 국가주석에 취임한 뒤 7번째 러시아 방문이다.

특히 이번 방러 기간 중 시 주석은 러시아에 상당 규모의 선물을 안길 공산이 크다.

봉합이 임박한 듯 보였던 미·중 무역전쟁이 갑작스럽게 전면전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중국은 러시아를 향해 더욱 적극적으로 구애 중이다.

미국의 압박에 맞서 세력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러시아의 역할이 필요하다.

시 주석은 방러 전 이타르타스 통신 등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러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는 역사상 가장 좋은 수준"이라며 "양국은 서로의 핵심 이익과 중대한 문제에 대해 서로 확고하게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와의 경제·무역 협력을 강화하겠다며 "세계 경제가 침체되고 보호주의가 심화하는 와중에 양국이 괄목할 성과를 낸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더 높은 수준의 질적 성장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무역전쟁 격화에도 중국 경제는 안정적이라고 주장하며 미국을 겨냥한 듯 "우리는 각종 위험과 도전에 맞설 조건과 능력, 자신감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중·러 간 에너지·농업·우주항공 분야의 공조 체제를 언급하며 미국의 대체자로 러시아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을 드러냈다.

미국이 관세를 철회하지 않으면 협상은 없다고 선언한 만큼 무역전쟁은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앞서 지난달 말 일본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아베 신조 총리와의 찰떡궁합을 과시했다.

두 사람 모두 경제 및 외교 이슈에 있어 "미국과 일본의 입장이 완전히 일치한다"고 입을 모았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매우 친밀한 개인적 신뢰 관계를 토대로 미·일 동맹은 흔들림 없는 세계에서 가장 긴밀한 동맹이 됐다"고 트럼프 예찬론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과의 무역적자를 줄이고 미국의 수출을 촉진하기 위한 무역장벽을 제거하겠다"고 살짝 압박했지만 중국을 포위하는 아시아·태평양 전선 구축에 일본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모를 리 없다.

미·일 동맹으로 대표되는 해양 세력과 중·러 밀월에 따른 대륙 세력 간의 신냉전이 시작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갈등이 한·미·일과 북·중·러의 전통적인 진영논리도 확대될까 걱정스럽다. 중국과 미국이 1·2위 무역 상대국인 한국이 곤혹스러워질 수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공을 들였던 대북 관계가 후퇴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중국이 미국과 본격적으로 맞서기로 결심했다면 북한 지렛대 카드를 빼들 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달 말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이 모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아시아에 들이닥친 격랑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지 판가름나기까지 한 달 남았다.  

저작권자 © 비즈니스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