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원 인력 중 비전문가 70% 달해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감정원이 발표하는 부동산 공시가격을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케케묵은 논제이지만 근래 들어 공시가격 산정 절차와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더욱더 힘이 실리는 추이다.

최근 제도 보완과 관련한 지적에 불을 지핀 것은 한국감정원 노동조합이 한국의 부동산 공시제도에 대해 비판한 한 교수에게 칼날은 겨눈 데서 비롯됐다. 감정원 노조는 지난 4월 2일 제주대학교 경제학과 정수연 교수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다.

감정원 노조는 “공시가격을 감정평가사 아닌 비전문가들이 산정해 오류가 많다”, “한국감정원이 산정가격을 어떻게 만드는지 알 수 없다”, “한국감정원이 공시가격 산정 기준을 공개하지 않아 납세자들은 뭐가 문제인지 알기 어렵다”는 등의 정 교수의 논문 내용 및 언론 인터뷰를 문제 삼고 나섰다.

그러나 실제 2018년 7월 기준으로 감정원 지사 인력 398명 중 감정평가사 자격을 가진 직원은 30%에 불과한 123명에 그친다. 감정원이 비전문가 집단이라는 비판에 자유롭지 못한 게 사실이다. 게다가 감정원은 공시가 산정의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아 의혹과 불만이 팽배한 상황이다.

아울러 금번 감정원에 대한 비난에 더욱 힘이 실리는 까닭은 감정원이 노동조합을 앞세우며 학문적 비판이나 논쟁이 아닌, 형사고소라는 형식으로 학자의 견해에 대응했기 때문이다. 형사고소가 학자들의 양심적 비판활동에 재갈을 물리는 형태로 비치는 대목이다.

이로 인해 민주평화당, 자유한국당, 제주대학교 교수협의회, 한국감정평가학회 등에서는 감정원을 반박하는 성명서를 연이어 발표했다. 제주대학교 여교수협의회는 성명서를 통해 “‘지식인의 책무란 사회발전을 위해 건전한 비판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라고 가르치는 교수 사회 전체에 대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고 꼬집었다.

지난달 29일에는 감정원 노조의 교수 고발사건을 접하고 국제부동산학회(IRES)까지 학문의 자유를 보장할 것을 요구하는, 관련 8번째 성명서를 냈다. IRES 상임이사인 카렌 기블러 교수는 성명서에서 “학자의 연구활동이 형사고발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은 국제적으로도 경악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팀장은 “국토부가 표준주택 공시가 산정근거 공개 요구를 거부하는 것은 물론이고 일선 지자체에도 자료를 제공하지 않아 스스로 논란을 키우고 있다”며 “산정근거를 투명하게 제시하고 이를 기준으로 개별 지자체의 자의적 가격 조작을 막을 수 있는 관련 제도를 촘촘하게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적확한 기준 없이 비전문가들에 의해 주먹구구식으로 공시가격이 산정되는 것 아니냐”면서 “감정원이 정부의 입맛에 맞게 공시가를 정한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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