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26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제3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결과를 발표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3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이 무산된 가운데 대주주 자격 요건 완화 및 예비인가 심사 방식 등을 두고 금융권 안팎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요구하는 법적 요건 수준이 지나치게 높다는 의견과 은행업의 특성상 높은 도덕적 책임이 요구되는 만큼 자격 요건 완화는 특혜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시민단체 등에서 특혜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는 제3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도전장을 내민 토스뱅크 컨소시엄과 키움뱅크 컨소시엄이 모두 예비인가 심사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제기됐다. 

지난달 26일 예비인가 심사에서 외부평가위원회가 이들 컨소시엄에 대한 예비인가가 부적절하다고 권고한 의견을 금융위가 받아들이면서 촉발됐다. 당시 최종구 금융위원장 역시 "예상하지 못한 결과"라고 언급할 만큼 금융권 안팎의 예상을 뒤집은 결과였다.

이후 더불어민주당과 금융당국은 30일 당정협의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진입 문턱을 낮추기 위한 대주주 적격성 완화 등에 대해 논의했다. 현행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에 따르면 대주주 적격성 요건으로 5년 이내 금융관련법,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당정은 현행 '5년 이내'인 요건을 '3년 이내'로 줄이고 법 위반 범위 역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같은 요건이 기존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의 지분 확대뿐만 아니라 제3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과도하게 높은 규제로 작용하자 문턱을 낮추겠다는 의도다.

이에 시민단체 등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특혜라며 반발하고 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최근 논평을 통해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경기규칙과 심판을 바꾸겠다는 일차원적인 발상"이라며 "범죄 이력이 있는 산업자본이 은행을 경영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무모함"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경제개혁연대 역시 "대주주 적격성 요건은 은행법과 다른 금융관련법령에 모두 존재하는 것"이라며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에게만 특별히 요구되는 사항이 아니다. 이 요건을 준수할 수 없다는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가 돼서는 안 된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금융당국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산분리 완화로 산업자본 중에서도 ICT 기업의 은행업 진출 자격이 완화된 만큼 공정거래법 등의 법 위반 범위가 높은 도덕성과 사회적 책임이 요구되는 은행 대주주로서의 자격과 역할을 판단할 수 있는 가늠자 역할을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은행업과 공정거래법이 도대체 무슨 상관이냐'라는 의견도 맞서는 분위기다.

인터넷전문은행을 둘러싼 규제 완화 여부 논란에 오는 3분기 중 예비인가 공고를 내겠다고 밝힌 금융당국의 계획 역시 불투명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은행업에 요구되는 높은 사회적·도덕적 책임과 혁신을 위한 전향적 움직임 사이에서 고민에 빠진 모습"이라며 "금융권뿐만 아니라 외부에서의 의견도 엇갈리는 만큼 3분기 내에 재추진하기 힘들어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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