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화 전략 실패와 더불어 소비자들의 낮은 의식수준도 문제로 지적

다국적 유통기업들이 베트남 소매시장을 떠나고 있다.[사진출처:미디어써클]

외국기업들이 베트남의 소매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현재까지는 실패다.  

많은 글로벌 유통기업이 큰 기대를 않고 진출했지만, 이제 메트로(Metro), 팍슨(Parkson), 오샹(Auchan) 과 같은 기업들은 떠나야 한다.

높은 성장 잠재력을 보고 진출한 이들이 줄줄이 베트남 시장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업계 안팎에서는 현지화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많다. 현실에 맞지 않는 판매전략을 짰으며, 베트남 소비자들의 특성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 줄줄이 시장 철수

27일(현지시간) 까르푸로 잘 알려진 프랑스의 다국적 유통그룹 Auchan그룹의 슈퍼마켓 체인이 진출 4년 만에 베트남에서 철수를 결정해 충격을 주고 있다.

프랑스 슈퍼마켓인 Auchan Retail 대표는 "베트남에 있는 18개 매장을 판매한다"고 발표했다. Auchan은 지난해 베트남에서 매출 4500만 유로(5040만 달러)를 달성했지만 여전히 적자를 기록했다.

Auchan은 2015년부터 베트남에 진출했으며, 현재 하노이, 호치민 시 및 떠이 닌(Tay Ninh)에 18개 체인을 운영 중이다. 이 회사의 2018년 정기 보고서를 보면 베트남은 아직 수익이 나지 않는 두 개의 시장 중 하나다.

Auchan Retail 대표는 "이 두 시장에서 적합한 모델이 발견되지 않아 손실을 입고 있다"고 말했다. Auchan는 현재 인수 파트너를 찾기 위해 베트남의 다른 소매기업과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Parkson은 베트남에서 운영을 시작한 지난 8년간 매년 손실을 기록했다.

2018년 초 Parkson의 마지막 백화점이 폐점을 발표하며 말레이시아 기업은 철수결정을 공표했다. Parkson Holdings Berhad(PHB)의 자회사인 Parkson은 지난 2005년 베트남 시장에 진출해 최초의 명품 소매업체로 운영을 시작했다.

베트남의 대도시에 2~3개의 백화점을 개설할 계획을 세웠지만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경쟁에서 뒤쳐졌다. 지난 2014년부터는 매장 확대에 나서지 않으며 사실상 투자를 중단했다. 그 다음 몇년 동안 Parkson의 영업 실적은 급격히 하락했으며 백화점은 문을 닫았다.

독일계 Metro는 베트남 진출 12년 만에 태국 소매업체에 매각됐다. 지난 2014년 Metro Vietnam은 수년간 수익이 나지 않은 참담한 영업 성적표를 받은 후 TCC그룹(태국)으로 인수됐다.

2002년 도매 모델로 베트남 시장에 진출해 인수 되기 전까지 Metro는 전국 14개의 도시에 19개의 슈퍼마켓과 5개의 물류창고 및 총 3600 명의 직원을 보유했다. 매년 매출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매출은 상승했지만 수익은 크지 않았다. 지난 2013년에 발표된 세금 보고서에 따르면 Metro Cash & Carry는 외국인 직접투자(FDI)기업의 손실 목록에서 1위를 차지했다. 12년 동안 수익이 난 해가 단 한 번밖에 되지 않자 결국 철수를 결정했다.

◼︎ 잘못된 현지화 전략

이번 Auchan의 철수를 두고 부 빈 푸(Vu Vin Phu) 전 하노이 슈퍼마켓 협회 회장 겸 경제학자는 4가지 이슈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노이 슈퍼마켓 협회장 겸 경제학자인 부 빈 푸씨는 여러가지 이슈로 소매시장이 어렵다고 밝혔다.[사진출처:미디어써클]

그는 첫 번째, 이들 외국계 유통기업들이 잘못된 고객층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Parkson은 명품이라는 판매 부문을 선택했지만 현재 베트남의 인당 소득수준은 2500달러에 불과하다.

결국 10년 내에 베트남의 인당 소득수준이 적어도 5000~7000달러에 이르러야 고급제품이 잘 팔리는 시장이 형성된다. 잘못된 고객층을 주요 타깃으로 선택함으로써 목표치에 해당되는 판매를 달성하여 이익을 내는것이 불가능해졌다는 것이 두 번째 이슈다.

세 번째는 베트남 소매시장의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는 점이다. 공정한 경쟁 안에서도 불공정 경쟁이 많이 발생하는 상황. 정상적이지 않은 할인 및 프로모션이 다수인데, 외국 기업들은 이런 부문에서 취약하다.

그는 네 번째로 가짜와 품질이 좋지 않은 제품이 많다는 점을 들었다. 많은 제품들이 중국에서 만들어지지만 베트남이라는 브랜드 이름을 가지고 있다. 밀수, 탈수 등을 통해 들어오는 이러한 상품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

푸 전 회장은 "아직까지 공정하고 경쟁적인 환경이 조성되기에는 모자란 부문이 많다. 위조나 불법, 탈세 및 밀수품들이 많은 것도 기업의 비지니스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 낮은 의식수준과 소비행태 문제

베트남 소비자들의 소비심리나 의식수준의 문제도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가, 저품질의 제품을 선택하는 것에 대해 소비자들이 크게 아랑곳 하지 않는다면 외자계 기업들이 정식루트로 들여온 제품들이 시장에서 경쟁우위에 서기 어렵다.

오샹 슈퍼체인이 할인행사를 시작하자 제품을 차지하려는 소비자들로 매장이 엉망이 됐다.[사진출처:미디어써클]

서비스를 대하는 의식수준이 낮은 것도 베트남에서 정상적인 경영을 어렵게 한다. 며칠 전 Auchan의 철수 과정이 대표적이다. 베트남에서 철수하기 전 대부분의 품목에 대해 할인 행사를 실시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소비자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할인행사를 진행하려는 Auchan의 의도와 달리 행사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다.

소비자들이 슈퍼마켓에서 바로 할인 제품을 시험하거나 제품을 뜯어 보고, 음식을 먹고 한켠에 버리는 등의 행위들로 인해 매장 내부는 엉망이 됐다. 매장 직원들이 계속 주의를 주고 바로 잡아 보려 해도 소용이 없었다.

Auchan Retail 대표는 "너무 당황스럽다. 손상된 제품의 품목과 수량에 대해서는 파악도 못 할 정도며, 정리가 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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