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컨테이너를 잔뜩 싣고 중국에서 출항한 화물선들이 태평양을 가로질러 미국으로 향했다.

이르면 금주 초부터 미국 서부 연안에 속속 도착할 전망이다. 이 화물선들에 실린 제품에 적용되는 관세율은 25%.

미국이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인상한 뒤 해상을 통해 건너온 첫 화물이다.

25%의 관세율은 어떤 기업이나 국가도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다. 광둥성을 비롯한 중국 동남부 연안에서 제조 기업들이 줄도산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는 아마 사실에 가까울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철저한 언론 통제 탓에 외부에 알려지는 내용이 극히 적을 뿐이다. 고율 관세가 장기화할 경우 중국은 상당한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관세폭탄의 충격파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관세를 피해 제조 시설을 중국 밖으로 옮기는 방안이 있다. 또 위안화 가치가 크게 떨어진다면 고율 관세의 효과를 상쇄할 수 있다.

주중 미국상공회의소가 회원사 25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40.7%가 제조 시설을 중국 밖으로 옮겼거나, 옮길 예정이라고 답했다.

미국을 비롯한 외국계 기업은 나름의 해법을 찾고 있는 셈이다.

정부 눈치를 봐야 하는 중국 기업들은 이같은 출구를 선택할 수 없다. 중국 기업 입장에서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급격히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거칠게 표현해 위안화 환율 가치가 15% 떨어지면 미국의 추가 관세 인상 효과가 사라진다. 미국이 위안화 환율 변동 추이를 매의 눈으로 지켜봐 온 이유다.

여기서 중국 인민은행의 개입이 시작됐다. 재미있는 건 위안화 환율이 더 오르도록 힘을 쓴 게 아니라 위안화 평가 절하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이다.

판궁성 인민은행 부행장 겸 외환관리국장은 지난 19일 "위안화 환율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강조하며 구두 개입을 했다.

이어 21일에는 홍콩에서 위안화 환율안정채권을 추가 발행하기로 했다.

시장은 이를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7위안을 넘어서는 '포치(破七)'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였다.

미국이 관세율을 인상한 데 따른 후폭풍이 몰려오는 상황에서 수출 전선에 도움이 될 위안화 평가 절하 추세를 막아 세운 건 왜일까.

당연히 득보다 실이 크기 때문이다. 미·중 갈등 격화로 중국 증시가 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위안화 평가 절하까지 더해진다면 중국 내 외자가 썰물처럼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

또 미국에 새로운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거봐라. 너희는 환율 조작국이었어"라는 식의 격앙된 반응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외환시장과 환율 시스템의 불투명성이 대외적으로 강조된다면 중국이 적극 추진 중인 위안화 국제화에도 악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일방주의를 비판하며 스스로를 '자유무역의 수호자'로 포장하고 있는 중국 입장에서는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카드다.

다만 중국 외환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에도 위안화 환율 상승세는 쉽사리 꺾이지 않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 양상을 보이면서 중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확산하고 있는 탓이다.

관세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환율 안정에 나선 중국의 선택은 소기의 성과를 거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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