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뛰드하우스·토니모리·미샤·아리따움·이니스프리·네이처리퍼블릭 등…. 동일한 브랜드의 로드숍 매장이 많게는 4개까지 입점해 있던 명동거리와 브랜드 로드숍이 줄지어 있던 서울의 주요 상권. 한때 이름을 날렸던 화장품 로드숍 시장이 급격히 쪼그라들고 있다. ‘K뷰티’ 바람을 타고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치솟던 인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 A브랜드를 운영하는 한 가맹점주는 “10년 전보다 매출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며 “반값 세일을 해도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하소연했고, B브랜드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몇년 전만해도 중국인들이 화장품 매대를 거의 쓸어가다 시피 했는데 요즘에는 그런 손님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 명동의 국내 대표적인 로드숍 화장품 브랜드 매장들 앞으로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내 화장품 로드숍 매장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실적 부진으로 매출이 갈수록 하락하는 가운데 헬스&뷰티숍의 성장과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소비 트렌드가 급격하게 바뀌면서 직격탄을 맞고 있어서다. 

◆날개 꺽인 '로드숍 신화'… 실적 '뚝'

관련업계에 따르면 2017년 로드숍 시장 규모는 2조290억원으로, 2016년(2조8110억원)에 정점을 찍은 후 계속해서 쪼그라들고 있다. 지난해 브랜드숍 시장 총매출액은 전년대비 15% 줄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매장 수 감소도 가파르다. 2014년 5365개, 2015년 5485개, 2016년 5643개로 증가일로였던 매장수도 2017년 5515개로 줄었고 지난해 5200여개로 줄어들었다. 

브랜드 별 실적악화는 더 심각하다.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91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6%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영업손실은 23억2000만원으로 같은 기간 10억원 이상 확대됐다. 당기순손실도 1억9000만원으로 적자전환했다. 

한국화장품그룹에서 잘 나가던 브랜드숍 더샘은 지난해 개별 기준 매출액 1235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6.5% 감소했다고 밝혔다. 영업손실은 6억9365만원을 기록하면서 적자 전환했다. 더샘은 그룹 이익에 크게 기여하면서 지난 몇 년간 효자 역할을 해오던 브랜드다. 

이니스프리, 에뛰드 등 많은 브랜드 로드숍을 운영 중인 아모레퍼시픽 실적도 저조하긴 마찬가지다. 아모레퍼시픽은 1분기 매출액 1조4513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3%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866억원으로 20.9%나 감소했다. 

최근 3년간 연간 영업이익률은 2016년 16.2%, 2017년 12.1%을 기록하더니 지난해엔 9.0%로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의 부진에 대해 그동안 성장을 이끌어온 로드숍 전성기가 막을 내린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정국으로 중국관광객이 급감하면서 화장품 유통시장은 대기업 산하 헬스&뷰티숍(H&B) 스토어 위주로 재편됐다”며 “여기에 온라인 소비 시장이 커지면서 로드숍의 입지 회복은 요원해졌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불황은 올리브영, 랄라블라, 롭스 등과 같은 H&B 스토어의 성장도 있지만 이에 대응하기 위한 로드숍 브랜드의 과다 할인 경쟁이 브랜드 성장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지적이다. 실제 5년여 전부터 로드숍 브랜드는 ‘OO데이’ 등의 이름으로 할인 이벤트를 벌였다. 3일에 하루, 5일에 하루 꼴이다. 브랜드들의 할인 일수가 증가할수록 매출이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쪼그라들었다. 

◆애경이 자극제? 홈쇼핑으로 간 로드숍

로드숍의 과거 영화를 되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화장품업체들은 돌파구 찾기에 속속 나서고 있다. 최근에 주목하고 있는 채널은 홈쇼핑이다. 미샤를 비롯해 토니모리, 잇츠스킨 등이 잇따라 홈쇼핑으로 진출하고 있다. 

미팩토리가 지난 18일 홈쇼핑 첫 방송서 준비된 수량을 모두 판매하며 성공적인 첫 발을 내디뎠다. /사진=에이블씨엔씨

에이블씨엔씨가 인수한 화장품 브랜드 ‘미팩토리’는 최근 첫 홈쇼핑 진출에서 매진을 기록했다. 지난 18일 낮 12시40분 GS홈쇼핑 방송에서 준비된 미팩토리 ‘3단 돼지코팩’ 5000세트가 방송 시작 50여분 만에 모두 소진됐다.

에이블씨엔씨는 앞서 프리미엄 브랜드 ‘TR’도 홈쇼핑을 통해 출시하는 등 홈쇼핑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배우 염정아를 기용해 홈쇼핑 주 고객측인 중장년 여성 소비자를 주 타깃으로 삼았다. TR역시 지난 4월20일 롯데홈쇼핑에서 진행된 첫 홈쇼핑 판매에서 준비된 5200세트가 방송 중 매진되는 등 성과를 보이고 있다. 

토니모리는 지난해 11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모스키노’와 협업한 ‘모스키노x토니모리 콜라보레이션 에디션’을 GS홈쇼핑을 통해 론칭한 이후 CJ오쇼핑과 NS홈쇼핑 등으로 채널을 확대했고, 신규 메이크업 브랜드 ‘컨시크’도 홈앤쇼핑을 통해 론칭했다. 

잇츠한불의 로드숍 브랜드 잇츠스킨도 지난 1월부터 본격적으로 홈쇼핑에 진출했다.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인 ‘프레스트지 끄렘이엑스 데스까르고(일명 달팽이크림)’는 롯데홈쇼핑 첫 방송에서 5000세트가 팔리며 역시 매진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찌감치 로드숍 매장 없이 홈쇼핑 만으로 성장한 애경산업의 AGE 20’S(에이지투웨니스)의 성공이 자극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며 “짧은 시간 다수의 소비자를 공략할 수 있고 한 번에 대량구매가 가능한 홈쇼핑의 장점을 살려 1세대 로드숍 브랜드들이 탈출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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