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관세폭탄을 주고 받으면서 또 다시 무역전쟁의 포성이 울려 퍼졌다. 미국의 고관세 부과 이후 중국이 보복조치를 단행하면서 양국간 무역갈등이 재격화했다.

결국 수십년간 지속될 패권전쟁의 서막이 올랐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패권국과 신흥 강대국은 충돌할 수 밖에 없다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이 미중 무역전쟁을 통해 되풀이된다는 것이다. 

◇ 중국 보복조치 단행..트럼프 경고 '무색'

중국 정부는 6월 1일부터 6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5~25%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13일 늦은 저녁 밝혔다. 미국이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에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올린 데에 따른 대응이라고 중국 정부는 설명했다. 중국의 보복 관세가 부과되는 품목은 총 5140개 품목이다. 2493개 품목은 25%, 1078개 품목은 20%, 974개 품목은 10%, 595개 품목은 5% 관세를 부과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폭풍 트윗'을 통해 중국을 향해 보복하지 말 것을 경고한지 불과 2시간 만에 중국이 보복관세로 '맞불'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에서 "관세가 부과된 많은 기업은 중국을 떠나 베트남 등 다른 아시아 국가로 갈 것"이라며 "중국에서 사업하려는 이들은 아무도 남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엔 아주 안 됐지만, 미국엔 아주 좋다!. 중국은 너무 오랫동안 미국을 너무나 많이 이용해먹었다"며 "그러니까 중국은 보복해서는 안 된다. 더 나빠지기만 할 뿐"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양국 모두 협상의 여지는 남겨 놓고 있다.  중국이 추가 관세 부과 시점을 '6월 1일'로 잡은 것은 그때까지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무역갈등을 해소할 의지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미국 측도 10일 오전 0시 1분 이후에 미국으로 출발하는 중국 화물부터 25%의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밝혀, 인상된 세율로 관세를 실제 징수하기까지 시차를 뒀다. 두 나라 모두 즉각 확전을 피하고 추가 협상을 위한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달 일본에서 개최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날 것이라고 밝혀 정상간 담판에서 갈등이 봉합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그동안 예고한 3000억 달러 규모 이상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이 안 됐다고 밝혀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 전형적 투키디데스 함정...미중 갈등 뉴노멀

하지만 미중 갈등이 몇 차례 협상으로 일단락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양국간 무역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것은 실무적 견해차보다 국가 주권과 위상을 둘러싼 위기감에 있다는 점 때문이라는 해석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미중은 고율관세를 서로 주고 받으며 무역전쟁을 벌였다가 11월 정상간 180일 휴전 이후 협상을 지속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갈등이 다시 불거졌다. 결국 고통스러운 미중 교섭이 일상화하면서 양국간 패권전쟁이 심화할 것이라고 주요 외신들은 분석하고 있다. 

주요 외신들은 13일 이번 무역전쟁을 다루면서 미국과 중국의 통상갈등을 '투키디데스 함정'의 틀로 해석했다. 블룸버그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심화하면서 현재 초강대국과 신흥 초강대국이 서로 상대를 평가하고 공존이 가능할지를 결정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투키디데스 함정은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가 고대 그리스 역사가인 투키디데스의 저술 '펠레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낸 용어다. 패권국과 신흥 패권국은 지난 세기 영국과 독일, 미국과 일본처럼 상대에 대한 불안과 불신, 견제 때문에 반드시 전쟁으로 가는 경로에 들어선다는 게 그 내용이다. 투키디데스는 "전쟁(펠로폰네소스전쟁)을 불가피하게 한 것은 바로 아테네의 발전과 그로 인해 스파르타에 주입된 공포였다"고 기술했다.

블룸버그는 현재 미국과 중국의 갈등을 이와 똑같은 시각에서 해설했다. 무역협상이 결렬되기 몇 주 전부터 미국 군함이 중국의 반발 속에 영유권 분쟁이 있는 남중국해를 항행하고 미국이 안보를 이유로 중국 차이나모바일의 미국 시장 진입을 불허하는 등 갈등이 증폭됐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중국은 갈등을 증폭하는 조치의 이면에 미국이 자신의 발전을 억제하고 굴기를 봉쇄하려는 음모가 있다고 본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는 강력한 경쟁국이 성장해 통제할 수 없는 리스크가 닥칠 수 있다고 많은 이들이 두려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상호불신이 돌아올 수 없는 경지에 이르거나 미국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대치가 계속될 수 있다는 일부의 관측을 소개했다. NYT는 미국과 중국이 현재 글로벌 지배력, 위상, 부(富)를 놓고 싸우고 있다고 현상을 진단했다. 그러면서 "지난 1년간 이어진 미중 무역전쟁이 수십년간 지속될지도 모를 경제전쟁 초기에 일어난 소규모 전투였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신화통신은 지난 11일 논평에서 미중 무역전쟁의 해소 과정에서 '대화하면서 싸우는 것'(fighting while talking)이 협상의 '뉴 노멀'(New Normal)로 자리를 잡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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