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한화갤러리아 사업 철수, 중소·중견업체 어려움 가중

9월 영업을 종료하는 갤러리아면세점63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졌던 국내 면세점 업계에 '승자의 저주'가 현실화 되고 있다. 

유통업계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신규 특허를 허가 받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지만 4년 만에 사업을 철수하는 업체가 나온 것이다. 

현재 면세점 업계는 중국인 관광객 감소, 고객 유치를 위한 출혈 경쟁 등으로 수익 구조가 악화되고 있어 이같은 현상은 더욱 가속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화갤러리아는 지난달 29일 이사회를 열고 9월 갤러리아면세점63의 영업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3년간 1000억원에 이르는 누적 적자가 사업 철수의 주요 원인이다. 한화는 사업권을 획득한 2015년 이후 시내 면세점수가 2배 이상 급증했고 대내외적인 변수가 발생하자 사업자간 출혈 경쟁이 시작되는 등 악재를 맞이했다. 

특히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장기화되면서 단체관광객이 끊기며 한화의 면세점 사업은 악화일로를 걸어야만 했다. 한화는 곧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를 관세청에 반납할 예정이다.

면세점. 사진=연합뉴스

한화의 이번 결정이 다른 기업들의 면세점 사업 철수로 이어지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현재 서울 시내 면세점 수만 4년 간 6개에서 13개로 증가했고 전국 면세점은 현재 59개에 달해 시장 포화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중소중견 업체들의 연이은 철수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탑시티면세점은 임대차계약 관련 신촌역사와 소송을 벌여 특허 취소 위기에 처해있고, SM면세점은 지난해까지 누적 적자가 693억원에 달해 서울점 운영 규모를 6개 층에서 지난 2월부터 2개 층으로 대폭 줄였다.

대기업 후발주자인 두산의 두타면세점은 2년 연속 적자를 면치 못하다가 지난해 가까스로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다시 하락해 지난 3년간 누적 적자는 60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화면세점은 2016년 124억원의 영업 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한 데 이어 2017년에도 약 200억원의 손실을 냈다.

지난해 신규 진출한 현대백화점면세점도 지난해 418억원의 영업 손실을 봤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내년 흑자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업계는 영업적자가 더 장기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올해 서울 지역 시내면세점 추가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소면세점을 중심으로 이탈자가 1~2곳 더 생길 수 있다는 전망이다. 때문에 한화의 사업 철수 결정은 정부의 신규 특허 발급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 시내면세점 수는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지배적인 상황”이라며 “대기업 면세점마저 적자로 문을 닫은 상황에 연쇄 사업 철수가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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