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일그룹이 발견했다고 주장한 돈스코이호./사진:연합뉴스

지난해 여름 보물선이 국내 증시를 뜨겁게 달궜습니다. 20년여만에 등장한 보물선에 투자자들은 열광했고 주식시장을 넘어 사회적으로도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러시아 발틱함대 소속 1급 철갑순양함 드미트리 돈스코이호는 러일전쟁에 참전했다가 일본군의 공격을 받고 침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본금 1억원짜리 신생기업인 신일그룹은 여름의 한 가운데인 7월 중순 1905년 울릉도 앞바다에 가라앉은 돈스코이호 선체를 발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바닷속에서 촬영한 영상도 공개했습니다.

신일그룹은 현재 가치로 150조원으로 추정되는 금화와 금괴가 함께 침몰됐다고 주장하면서 탐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소유권 등기와 본체 인양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계획도 밝혔습니다.

이런 소식이 전해진 뒤 주식시장에서는 신일그룹 전 대표가 인수한 코스닥 상장사가 테마주로 떠오르면서 주가가 급등했습니다.

신일그룹의 말이 사실이라면 단숨에 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회사를 세울 수 있는 천문학적인 돈이 생기는 셈이니 투자자들이 득달같이 달려든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국내 상장사 중 시가총액이 150조원을 넘는 것은 삼성전자(272조원, 4월30일 기준)가 유일하고 100조원대 기업도 없습니다. 150조원은 유가증권시장 시총 상위 2위에서 5위인 SK하이닉스, 현대차, 셀트리온, LG화학의 주식을 모두 사고도 10조원이 남는 돈이기도 합니다.

보물선 소동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신일그룹은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고 발표한 지 열흘 만에 금화나 금괴가 있는지 확인되지 않았고 150조원은 일부 언론을 검증 없이 인용했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금융감독원이 빠르게 움직인 것도 보물선 광풍의 확산을 막는 데 일조했습니다. 금감원은 신일그룹의 돈스코이호 발견 발표 직후 사실관계 확인 없이 풍문에만 의존한 투자는 위험하다고 밝혔고 보물선 관련 허위사실 유포 등이 불공정거래행위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윤석헌 금감원장도 국회에서 유사수신이나 불법 다단계, 사기 등의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신일그룹의 발표 한달 전부터 관련 테마주의 거래량이 급증하고 주가가 출렁인데다 돈스코이호를 미끼로 가상통화를 발행·판매한 것 등이 의심을 사게 했습니다.

의혹은 사실로 밝혀졌습니다. 금융당국은 올해 1분기에 보물선 소동을 일으킨 일당을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금융당국은 신일그룹 관계자 5명이 상장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부당이득을 얻으려는 목적으로 선체 인양이 불가능함에도 150조원 상당의 보물선 돈스코이호 인양사업을 추진한다고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신일그룹이 상장사인 제일제강을 인수한다고 홍보해 보물선 테마주로 부각시킴으로써 인수대상 주식 가치를 상승하게 했다는 혐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평가차익은 58억6000만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인수계약 관련자 등 8명은 주식을 사전에 매수해 부당이득을 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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