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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똘이의 글로벌아이]MMT와 주술경제학
  • 김태연 기자
  • 승인 2019.04.23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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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 미국 연방하원의원<사진=연합뉴스>

미국에서 요즘 '현대화폐이론'(Modern Monetary Theory), 이른바 'MMT'를 둘러싼 논쟁이 한창이다. 

MMT는 통화를 발행할 수 있는 나라라면, 채무 상환에 필요한 돈을 얼마든지 찍어낼 수 있기 때문에 파산할 일이 없다고 본다. 그러니 정부가 완전고용을 달성할 때까지 재정지출을 극대화해도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다. 

돈을 계속 찍어내는 데 따른 인플레이션 위험은 나중에 세수를 늘리고 국채를 발행해 과잉 유동성을 거둬들이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지난해 미국 중간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킨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AOC) 민주당 하원의원이 '이단'으로 평가절하돼온 MMT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미국 역사상 최연소 하원의원(올해 29세)인 그는 'MMT 팬'을 자처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MMT 이론가인 스테파니 켈튼 미국 스토니브룩대 교수가 2020년 대선에 출사표를 던진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캠프에 재합류할 가능성이 높아 MMT는 차기 미국 대선에서도 화두가 될 전망이다.

MMT 논쟁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한창인 구조적 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 우려와 맞물려 있다. 

구조적인 수요침체에 직면한 선진국에서 저성장, 저금리, 저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걱정이 극단적인 재정 확장론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민간 소비와 투자를 통한 경제 성장 선순환을 기대하기 어렵다면,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투입으로 성장세를 떠받쳐야 한다는 게 MMT의 골자다.

주류 경제학은 경기부양을 위한 일시적인 재정확대(재정적자)는 용인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재정균형을 추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무차별적인 재정확대로 인플레이션 고삐가 풀리면 국가 경제가 파탄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최근에는 주류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보다 적극적인 재정확대 여지를 엿보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일찍부터 구조적 장기침체론을 설파해온 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이 대표적이다. 그는 실질금리가 낮은 상황이라면, 정부가 국채를 발행해 기반시설(인프라) 정비 등에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머스 교수는 최근 한 기고문에서 "재정확대 여지가 생각보다 크다"고 했다. 주요국의 과잉 채무를 경계해온 올리비에 블랑샤르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장기금리가 성장률을 밑돌면 재정을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최근 MMT를 놓고 켈튼 교수와 인터넷 설전을 벌인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조차 "MMT 지지자들이 재정긴축파만큼이나 나쁜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통적으로 '작은 정부'를 지향하며 재정균형을 강조해온 미국 공화당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뒤 재정정책의 보수성이 후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사이 미국의 연방정부 부채와 재정적자는 사상 최대 규모로 불어났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지난 50년간 평균 2.9% 수준이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향후 10년간 4.4%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주류의 관심권에 밖에 있던 MMT가 최근 주목받는 건 경제 사정이 그만큼 좋지 않다는 방증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대침체(Great Recession) 이후 온갖 수단을 동원했는데도 경기둔화 공포가 다시 커졌으니 말이다. 불안할 때는 이단이나 미신이 판치기 쉽다.

1980년 미국 대선 때 공화당 경선 후보로 나선 조지 H.W. 부시(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1989~93년)은 경쟁자였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1981~89년)의 감세 공약을 '주술경제학'(Voodoo Economics)이라고 깎아내렸다. 

감세를 해도 오히려 세수가 늘어 재정이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레이건의 주장은 '미신'과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이었다. 당시 미국 경제는 불황 속에 물가가 급등하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고전하고 있었다. 

레이건 행정부 아래 재정수지는 우려한 대로 급격히 나빠졌고, 무역수지 적자와 맞물린 '쌍둥이 적자'는 미국 경제를 다시 침체로 내몰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레이건 행정부 감세정책의 이론적 토대가 된 '래퍼곡선' 이론이 우파의 주술경제학이었다면, MMT는 좌파의 주술경제학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 좌우 양진영에서 반(反) 재정긴축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은 좌우 양극단에서 대두하고 있는 포퓰리즘과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태연 기자  taeyeon@businesspl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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