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현지은행과 채무조정 합의..국내 채권단과도 경영정상화 방안 협의

필리핀 수빅조선소 전경 / 사진제공=연합뉴스

자회사 수빅조선소 재무악화에 따른 자본잠식으로 주식매매가 정지됐던 한진중공업이 23일 거래를 재개했다.

앞서 올해 2월 필리핀 현지법인 수빅조선소는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이에 한진중공업의 향후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았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한진중공업은 지난 2월 필리핀 현지은행과 채무조정에 합의했다고 이달 22일 밝혔다. 국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도 6874억 규모의 출자전환과 차등 무상감자 등 경영정상화 방안을 19일 확정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22일 상장폐지 사유 해소 판단을 내렸다.

거래재개와 관련해 한국거래소는 “증시 상장규정에 따라 기업의 계속성, 경영의 투명성, 기타 공익과 투자자 보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2006년 한진중공업이 필리핀에 건립한 수빅조선소는 2015년 수주잔량 기준 세계 10위권의 조선소였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조선업황이 경색되자 직격탄을 맞았다.

적자가 이어지면서 수빅조선소의 부채는 계속 늘어났다. 2016년 182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고, 2017년에는 더 늘어난 233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작년에도 3분기까지 60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수빅조선소의 부채 증가는 한진중공업의 재무건전성까지 악화시켰다. 한진중공업의 지난해 매출 1조6979억원, 영업이익 618억원이다. 그러나 수빅조선소 재무실적이 반영돼 1조283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영업이익은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순손실 규모는 4배 이상 커졌다.

거래를 재개한 23일 오후 2시 기준 한진중공업은 전 거래일 대비 125원(5.45%) 하락한 2075억원에 거래됐다. 장 초반 10%이상 급등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매물 부담에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한진중공업은 오는 30일부터 지난 19일 공시한 감자절차(구주권 제출기한 만료)에 따라 다시 거래가 정지된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거래소의 상장 유지 결정으로 기업계속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일거에 해소됐다”며 “회사의 기초역량을 강화하고 수익성 및 미래 성장기반을 확보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모든 구성원이 전력을 경주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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