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보·기술(IT) 업계를 대표하는 애플과 퀄컴이 초대형 특허권 분쟁과 관련, 극적으로 합의했다. 전 세계적으로 제기된 각종 법적 소송도 2년여 만에 일괄 취하한다. 

애플과 퀄컴은 16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특허소송과 관련해 합의를 이뤘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는 4월 1일 기준으로 효력이 발생한다.

미 언론에 따르면 애플은 통신 모뎀 칩을 공급하는 퀄컴에 일회성으로 일정 금액의 로열티를 지급하고, 양측이 '2년 연장' 옵션의 6년짜리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는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금액 및 계약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합의로 애플의 차세대 아이폰용으로 퀄컴의 모뎀 칩이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특허공방과 맞물려 퀄컴의 모뎀 칩 공급이 끊기면서, 애플은 최신형 스마트폰에 인텔의 모뎀 칩을 사용해왔다.

그렇지만 '5세대(5G) 모뎀 칩'을 생산하는 곳은 퀄컴과 삼성전자, 중국 화웨이 정도다. 애플이 퀄컴 이외에는 당장 5G 모뎀 칩을 구하기 어려운 현실도 이번 합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된다.

블룸버그는 "이번 합의로 애플은 스마트폰 기술에서 뒤처지지 않게 됐다"면서 "인텔은 내년까지 5G 모뎀 칩을 생산하지 않지만, 애플의 최대 경쟁업체인 삼성전자는 5G 스마트폰을 출시했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퀄컴의 승리라는 평가가 나왔다. 뉴욕증시에서 퀄컴 주가는 70.45달러로 13.27달러(23.2%) 치솟았다. 장중 30% 넘게 오르기도 했다. 퀄컴의 하루 상승률로는 19년만의 최대폭이다.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160억 달러(약 18조 원) 불어났다. 애플 주가는 199.25달러로 0.02달러(0.01%) 오르는 데 그쳤다. 퀄컴효과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심리적 지지선인 8000을 넘기며 8개월 만에 최고로 올랐다. 

그 동안 양사는 소송금액이 최대 270억 달러(약 30조 원)에 달하는 특허분쟁을 벌였고,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연방법원은 9명의 배심원단을 구성하고 공개변론을 본격화했다. 하지만 공개변론을 시작하자마자 전격적인 합의가 이뤄진 셈이다.

앞서 스마트폰 업체인 애플은 지난 2017년 1월 "퀄컴이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해 과도한 로열티를 부과했고 10억 달러의 리베이트도 지급하지 않았다"면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대만 폭스콘, 페가트론(和碩) 등 아이폰 부품·조립업체들도 가세하면서 소송금액은 최대 270억 달러로 불어났다.

퀄컴도 "기존 로열티 부과방식에 문제가 없으며, 애플이 로열티 지급계약을 위반했다"면서 70억 달러의 소송으로 맞섰다. 애플과 퀄컴의 특허권 분쟁은 처음이 아니지만, 천문학적인 소송금액뿐 아니라 글로벌 IT업계 지형에도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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