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후 일몰규정·상속 시 의결권 사라지도록

'차등의결권'을 향한 줄다리기가 팽팽해지고 있다.

올해 주주 행동주의가 본격화하면서 재계에서는 경영권 방어를 이유로 차등의결권 도입 목소리를 높여왔다. 또 해외에서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차등의결권이 활성화되면서 차등의결권 도입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차등의결권'은 재벌의 경영권 승계와 방어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공격을 받아왔다. 경영권을 보유한 대주주의 주식에 보통주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외에서 차등의결권의 도입은 '경영권 방어'가 주목적이 아니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차등의결권 자체가 창업 기업에 맞는 것인데 경영권 방어나 승계이슈로 희석되고 있다"며 "샤오미가 홍콩거래소 상장 여부를 저울질하자 차등의결권을 도입한 것이 대표적이다"고 했다.

미국에서는 이미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차등의결권이 활성화됐다. 벤처기업이 단기차익을 노리는 거대기업이나 헤지펀드 등에 대항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구글·페이스북을 비롯한 벤처기업들도 차등의결권을 활용해 적은 지분으로 높은 의결권을 행사한다. 실제 페이스북 창업자는 18%의 지분으로 57%의 의결권을 통제한다.

이에 국회는 벤처기업이 기업가치가 1조원에 도달할 때까지 차등의결권 주식을 발행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벤처기업에만 한정해 1주당 2개 이상 의결권을 갖도록 규정했다. 벤처기업의 혁신성장을 가속화하겠다는 취지다.

자유한국당과 경제계는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일반기업으로 차등의결권의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최근 외국자본의 경영권 공격이 잦아지면서 경영권 방어수단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차등의결권을 전체 상장기업까지 도입하는 데 대해서는 경계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존에 있는 상장법인에게 차등의결권을 도입하는 국가는 없다"며 "미국 뉴욕증권거래소나 나스닥에서는 차등의결권 도입 결과 기존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할 수 없다는 게 상장규정에 명시돼 있다"고 주장했다.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한 차등의결권 도입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채이배 의원실 관계자는 "제도가 한번 도입되고 나면 경영진을 제어하기 어렵다"며 "재벌 총수 일가가 3~4세에게 기업을 상속하는 과정에서 벤처라고 주장하면서 일감몰아주기를 할 가능성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혁신적 기업의 등장을 원한다면 창업 의욕이 꺾이지 않도록 대기업의 기술 탈취 등 불공정거래에서 기업을 보호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부연했다.

김갑래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차등의결권을 도입한 벤처기업이 상장한 후에 일몰되는 규정이 전제돼야 한다"며 "해외에서는 양도나 상속 시 차등의결권이 없어지도록 하고 있는 만큼 이런 전제조건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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