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산업재편 시 부품업체 3분의 1 사라져

(사진제공=연합뉴스)

자동차 산업 위기가 심상치 않다. 자동차 생산은 2011년을 정점으로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전후방 파급효과가 큰 자동차 산업이 무너지면서 위기는 전체 자동차 부품업체로 번지고 있다.

◇과잉생산 위기 낳아

지난해 국내 완성차업체 5곳의 판매량은 내수와 수출 모두 하락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어닝쇼크' 수준의 부진을 보였다. 4분기 영업이익은 5000억원대로 떨어졌고, 3분기 영업이익은 2800억원대까지 내려앉았다.

현대·기아차의 위기는 중국시장의 생산 감소 때문이다. 현대차는 베이징 1공장 가동을 중단키로 하고 2·3공장 등으로 인력을 재배치를 검토 중이다. 기아차도 가동률 부진으로 옌청 1공장의 구조조정 방침이 확정됐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바는 없으며 사업효율화를 위해 여러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대·기아차는 금융위기 이후 변화하는 자동차 패러다임에 대응하지 못했다"며 "연구·개발(R&D) 투자가 필요하지만 원가절감에만 집중했다. 과거에는 가성비가 좋아서 수요가 있었지만 이제는 그 장점이 사라졌다"고 했다.

과잉생산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지난 1월 '중국 자동차판매 수십년 만에 첫 하락' 보도에서 중국 자동차 시장 침체에도 현대차가 너무 급속히 생산량을 늘렸다고 꼬집었다. WSJ는 "지난해 자동차 판매가 2017년 대비 2.8% 감소했지만 전기차 판매는 급증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항구 연구위원은 "그 당시에는 판매가 잘 되다보니 과잉투자를 하게 된 것이다. 포드 등 해외 자동차 업체들도 투자를 많이 한 것으로 안다"며 "하도급 전속거래구조다 보니 과잉생산은 결국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 하청업체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위기의 연쇄효과

자동차 산업은 대표적인 네트워크 산업이다. 대기업과 하청 중소기업이 공존하면서 클러스트를 형성한다. 산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1차 협력업체 851개사 기준으로 2018년 부품업체들의 현대·기아차 납품 비중은 80.5%에 달한다.

2017년 중소협력업체의 영업이익률은 2.56%에 불과했다. '낮은 협상력' 때문이다. 

송영조 부경대 경제사회연구소 연구원은 "중소 협력업체들이 거의 현대·기아차 하나만 바라보고 있다 보니 부품단가가 낮은 수준에서 결정되고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재무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에서 협력업체 매출처 다변화를 내놓았지만 단기에 달성되기는 어렵다"고 부연했다.

과거에는 완성차업체들의 성장에서 오는 '물량효과' 때문에 낮은 이익률에도 버틸 수 있었다. 그러나 중국시장에서의 생산 감소는 단기간에 회복되기 어렵고, 산업패러다임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전기차 의무생산제가 올해부터 본격 시행된다. 유럽연합의 배출가스 규제는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오는 2025년까지 전기차 23종을 포함해 '친환경차 44종' 생산체제를 구축하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항구 연구위원은 "내연기관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전환될 수밖에 없고,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로의 전환은 가속화할 것"이라며 "전기차는 마이스터고나 대학에서 연구 인력이 투입돼는 등 다각도의 지원이 필요한데 준비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전기차 부품 수는 내연기관의 3분의 2에 불과하다. 현재 부품업체의 3분의 1이 필요 없어진다는 얘기다. 전기차 부품 업체로는 만도, 한온시스템 등이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중소협력업체는 전기차로의 전환 시 생존이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송영조 연구원은 "정부에서 지난해 대출자금 만기연장 같은 대책을 내놓았다"면서 "은행에서도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중요하게 보기 때문에 이러한 대출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지속된다 해도 한계기업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 역시 문제가 될 것"이라며 "결국 영세기업들은 자연스럽게 인수합병이나 업종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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