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퇴진으로 아시아나항공 빚 문제 해결될까

 

금호아시아나그룹이 28일 '박삼구 회장이 최근 아시아나항공 감사보고서 사태에 책임을 지고 아시아나항공, 금호산업 등 2개 계열사의 대표이사직과 등기이사직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사진은 2018년 7월 4일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대란 기자회견에서 사과하는 박 회장 모습.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28일 그룹 경영에서 손을 뗐다. 한진중공업 지분을 모두 잃은 조남호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은 29일 한진중공업 사내이사 자리까지 박탈당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 회장의 퇴진이 그룹을 위한 '용퇴'라고 발표했지만, 아시아나항공의 자금문제가 용퇴로 해결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오히려 경영권을 내려놓고 주주로 남는 것조차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 회장은 퇴진을 발표하면서 퇴진 전날인 27일 이동걸 산은 회장을 만나 진정성을 담아 아시아나항공의 금융시장 조기 신뢰 회복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박삼구 회장과 이동걸 회장의 이 만남을 주목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아시아나항공이 지고 있는 채무를 갚을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인 만큼 주채권은행인 산은이 적극적인 개입을 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바로 그것이다. 실제 박 회장에게 책임을 묻는 금융당국의 발언은 전부터 꾸준히 나왔다. 지난해 이동걸 산은 회장 역시 "아시아나항공의 상황이 나빠질 경우 개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실회계 사태가 발생한 이후에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나서 "근본적으로 회사와 대주주가 좀 더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성의있는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선 이 '성의있는 조치'가 박 회장이 단순히 경영권에서 손을 떼는 수준이 아니었다는 말들이 나온다. 산은이 박 회장에게 지분을 정리하고 나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줬지만, 그는 경영에서 손을 떼는 수준으로 서둘러 발표를 해버렸다는 이야기다. 

 사실 채권단 입장에선 이번 아시아나항공 부실회계 사태로 돈을 돌려받을 방법이 더 묘연해진 만큼 박 회장이 아예 지분을 매각하고 나가는 편이 오히려 낫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아시아나항공의 차입금은 ABS(자산유동화증권)만 4557억원에 달한다. 이 밖에도 장기차입금 2580억원, 사채 1080억원, 금융리스 2702억원 등을 합하면 1조원의 빚을 올해 안에 갚거나 만기를 연장해야 한다.

 문제는 내달 연장을 앞두 재무구조 개선 MOU을 위해 박 회장이 내놓을 뾰족한 수가 없다는 점이다. 아시아나항공은 계획했던 650억원 규모의 영구채 발행도 29일 철회한다고 공시했다. 아시아나항공(1만주)과 금호산업(1만주) 보유주식도 이미 모두 담보로 잡힌 상태다. 더 내놓을 수 있다면 금호고속 지분(87만1704주) 뿐이다.

 하지만 박 회장이 남은 금호고속 지분을 담보로 내놓는 수준에서 마무리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현재 채권발행이나 채권단의 추가 여신지원으로 급한 불을 끄더라도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국엔 증자 등을 통해 산은이 주주로 나설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된다면 박삼구 회장은 경영권 뿐 아니라 주주로서의 지위도 빼앗길 수 있다.

 실제 조남호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이 이런 식으로 경영권과 보유지분을 모두 잃었다. 산은 등 한진중공업 채권단은 한진중공업의 자본잠식 해소를 위해 출자전환하는 과정에서 한진중공업홀딩스 지분과 조 회장 지분 전액을 감자한 바 있다.

 박삼구 회장의 '용퇴'가 과연 아시아나항공의 빚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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