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타깃 이재용..재계 총수들 선제적 움직임도

(사진제공=연합뉴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이 부결됐다. 조 회장 일가의 각종 '갑질 행위'등으로 누적된 '오너리스크'에 주주들이 등을 돌린 결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이 제2·3의 조양호 사태로 번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민연금이 상당수 대기업에서 제2·3의 대주주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이후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다음 타깃은 삼성전자 이재용..10월 임기 만료

국민연금이 1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기업은 90여개에 달한다.

지난해 7월 도입한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 책임원칙) 도입은 이번 변화를 이끌어 낸 핵심이다. 국민연금이 이후에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음 타깃은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다. 이 부회장은 올 10월 사내이사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횡령·배임으로 재판 중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거액의 뇌물을 준 혐의로 부회장은 1·2심에서 잇달아 유죄를 선고 받았다.

국민연금이 조양호 부회장과 같은 잣대를 이 부회장에게 적용할 경우 이사 연임에 실패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강정민 경제개혁연대 연구원은 "이재용 부회장이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이사 연임 안건에 찬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한진처럼 오너 리스크의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은 이번 주총 결정을 계기로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이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삼성전자 지분 9.25%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이건희 회장 일가와 특수관계인 지분은 지난해 9월 기준 19.54%에 그친다.

한편에서는 이번 결정이 전체 재계에 영향을 미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한항공은 이사 선임의 경우 출석 주주 3분의 2 찬성이라는 특별결의 요건으로 정해 놓았다. 이사선임을 보통결의(참석주주의 과반수 찬성)로 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성엽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본부장은 "대한항공은 특별결의 요건이라 과반수 찬성표를 확보하고도 연임안이 부결된 것"이라며 "국민연금이 실질적으로 오너가 기여한 부분이나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향후에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 책임경영 분위기 확산...박삼구 회장 경영 손 떼기로

회사 경영에 대해 그룹 총수의 책임이 강화되는 분위기는 확산될 전망이다. 28일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박삼구 회장이 경영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박 회장은 그룹 내 모든 직함을 내려놓는다.

9일 정기주총을 앞두고 최근 아시아나 항공 한정 감사보고서 파문 등에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지난 27일 대한항공 주총 결과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경영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려는 재계의 움직임은 확산될 전망이다.

지난 27일 열린 SK주총에서 SK는 국민연금 방어에 성공하면서 최태원 회장은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최 회장은 주총에 앞서 SK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또한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직을 겸직하기로 했던 정관을 변경하는 내용을 주총에 산정했다.

정성엽 본부장은 "이사회가 경영진을 독립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구조적 장치를 마련한 것이 긍정적으로 평가받았을 것"이라며 "최근 주주권익을 확산하는 움직임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이번 결정은 이를 가속화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고 이야기했다.

한편 재계에서는 이번 조 회장의 사내이사직 연임 부결을 놓고 우려의 목소리도 내놓았다. 주주들의 단기적 배당요구에 막혀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가 어려워진다는 이유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27일 논평을 내고 "공적연금이 기업 경영에 중요한 사내이사 연임 건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주주가치 제고, 장기적인 기업의 성장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정민 연구원은 이에 대해 "총수들의 불법행위로 기업가치와 주주이익이 훼손되는 것이 기업의 장기적 성장을 더 저해할 것"이라며 "이러한 근원적인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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