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찌민, 하노이 등 대도시에 근로자 몰리자 주택수요 턱없이 부족한데 사기마저 횡행

베트남에서 저소득층에 대한 주택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한국형 공공임대주택 도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사진출처:미디어써클]

베트남에서 저소득 근로자들을 상대로 한 부동산 사기 사건이 증가하면서, 한국의 공공임대주택과 같은 사회주택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앞서 이달 초 베트남 건설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공동으로 '공공주택 정책수립을 위한 워크숍'을 하노이에서 열었다. 공공주택 건설에 대한 다양한 논의들이 오갔는데 베트남의 현실상 실질적인 협력들이 빠르게 진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28일(현지시간) 베트남 건설부에 따르면 제조업이 발달하면서 지방에서 도시로 몰려드는 근로자수가 급증하고 있다. 이런 근로자들로 인해 하노이나 호치민 등 도시 인구수는 매년 평균 3%씩 증가한다. 

이런 근로자들이 적절한 주거 공간을 마련하지 못하다가 부동산 업자에게 속아 불법 건축물을 매수하고 낭패를 보는 일이 최근 늘어나고 있다.  

호치민시 인민위원회는 올해 초, 시 근교 농지내 불법 건축물을 적발, 철거했다. 철거된 불법 건축물 대부분은 지방에서 이주해온 저소득 근로자들의 거주지였다.  

◼︎ 저소득층 대상 부동산 사기 기승

올해 3월 어느날 오후, 호치민시 Binh Chanh현, Vinh Loc A, Le Thi Dung 거리의 철거 주택앞에서 Mai Van Thoi(39 세, Quang Ngai 출신)씨가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라고 절망적으로 소리치고 있었다.

일자리를 구해 지방에서 온 Thoi씨는 몇달전, 직장 동료에게 한 부동산 중개인을 소개받았다. 그 중개인은 Thoi씨에게 집이 필요한 상황을 알고 있다며, 5억동(2440만원)만 주면 28m2의 땅에 집까지 지어 주겠다고 제안했다. 

Thoi씨는 돈을 빌려 4억동을 중개인에게 건넸고 일주일후 집을 넘겨 받았다. 기쁜 마음으로 새집에 이사한지 한달후, 호치민 인민위원이 찾아와 철거 명령을 내렸다. 알고 보니 Thoi씨의 집은 주택을 지을 수 없는 용도의 땅에 불법으로 지은 건축물이었다.  

Thoi 씨의 철거 주택 근방에서 만난 할머니도 같은 상황이었다. 할머니의 딸도 지방에서 올라온 공장 근로자다. 부동산 중개인에게 5억동을 주고 집을 샀지만, 이사한지 일주일도 안돼 철거민이 됐다. 할머니의 딸은 다니던 신발 공장을 한달전 그만둔 상태라 인민위원회에 사정을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Thoi 씨는 이 지역에서 주택을 철거당한 사람들 대부분이 지방에서 온 노동자들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허름한 단칸방을 벗어나 내집을 마련하겠다는 꿈을 이루려다 부동산 사기범들에게 걸려든 것이다.

Thoi씨는 “합법적인 주택을 사려면 최소 10억동 이상이 필요한데 우리같은 근로자들은 만들기 힘든 액수다. 이런 농지에 주택 건축 허가가 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싼값에 내집을 살 수 있다는 유혹을 못 이겨서 이런 불행한 결과를 맞게 됐다”고 말했다.  

지방에서 호찌민, 하노이 시등 대도시로 일 하러온 노동자들은 싼 값에 집을 구해줄수 있다는 말에 속아 부동산 사기를 당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사진출처:미디어써클]

◼︎ 불법 건축물 심각

Binh Chanh현과 Hoc Mon현에 인접한 지역의 농지 구매자의 80%가 Vinh Loc 공단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다.  

Pham Thi Thu Thao(38 세, Nghe An 출신) 역시 농지에 집을 지어준다는 부동산 중개인에게 5억3000만동을 줬다. 중개인이 집을 지어 준다던 농지에는 버젓이 건축 금지 안내문이 붙어 있었고, 중개인이 약속한 집은 구경도 하지 못했다. 

Hoc Mon현 Xuan Thoi Thuong면 Pham Van Sang 거리에서 만난 2가구는 벌써 2년째, 호치민 인민위원회에서 날아오는 블법 건축물 철거 통지서를 받으며 불안하게 살고 있었다. 2가구 중 한명인 Thanh씬 “이 집을 사고 나서 이제 걱정없이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이 집은 언제든 철거될 수 있고 나에게는 부채만이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호치민 건축청 보고서에 따르면 Binh Chanh현 및 Hoc Mon현에는 블법 건축믈이 너무 많아 담당 공무원들이 징계를 받기도 했다. 

◼︎ 임대주택 선택이 아닌 필수

호치민시 부동산협회 Le Hoang Chau 회장은 "호치민시 개발 연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6년~2020년에 사회주택이 필요한 세대는 8만1000세대에 이른다"며 "호치민 공단내 노동자수는 1만7000 명이고, 이들의 94%는 사회주택을 임대해 살고 싶어 한다"고 설명했다. 

사회주택 공급을 확대해야 공단 근로자들의 주거 생활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매년 평균 100만명 이상이 지방에서 호찌민이나 하노이로 이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7억동 미만의 60㎡이하 면적의 집을 원한다. 이런 집들이 전체 부동산 수요에서 60~70%를 차지하지만 공급량은 전체 수요에 5%미만에 불과하다. 

사회주택은 장기 임대가 가능한 공공임대주택이다. 호치민시는 20년, 49년 임대가 가능한 사회주택을 공급, 관리하고 있다. 사회주택에 거주하는 임차인은 매달 200만동 이상을 일시불로 지불하거나, 일부 금액을 지불하고 나머지는 할부로 납부할 수 있다. 

호치민시내 일반 주택에 비해 저렴한 현대식 아파트이기 때문에 근로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베트남 건설부 관계자는 "한국은 도시근로자를 위해 다양한 공공주택과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점들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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