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국민 밉상'이 됐습니다."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 김성태 자유한국당 등 유력자 자제 채용비리 의혹, 황창규 회장의 고액 자문료 의혹, 불법정치후원금 제공 등을 바라보는 KT 직원의 자조 섞인 말이다.

우리나라 통신 산업을 이끌어온 KT가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업계 1위는 진작에 경쟁사에 뺏긴데다 최근에는 2위 자리까지 위협받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지난달 29일 정기주주총회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이날 KT 주총이 열린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는 고성과 야유가 오가는 소란스러운 분위기였다. 취재기자의 출입도 통제됐다. 사측이 고용한 대규모 경호인력이 주총장 안팎을 둘러쌌으며, 경찰인력 수십 명도 대기했다.

매년 KT 주총이 열리는 날의 익숙한 풍경이었지만 올해는 긴장감이 더했다. 각종 의혹으로 주가가 하락하면서 경영진에 대한 불만이 극대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주주총회 개최 전 전체 주주 14만명 중 15% 이상인 2만3000명의 주주총회 소집통지서가 엉뚱한 곳으로 발송되는 일도 벌어졌다.

KT가 직원 주주 2만3000명의 소집통지서를 개인 자택이 아닌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불정로 KT본사로 일괄 발송했다. KT 새노조는 이에 대해 "회사가 직원 주주들의 주주총회 참석을 극도로 꺼려왔음을 감안하면 고의적으로 주소를 바꾼 것이 의심된다"고 했다.

이날 주총은 불과 40여분만에 끝났다. ▲재무제표 승인 ▲전자증권제도 시행에 따른 정관 일부 변경 ▲사내·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이사보수한도 승인 등의 안건이 처리됐다.

특히 KT 경영진은 이번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2인과 사외이사 2인을 선출했는데, 사내이사 2명은 황 회장이 추천한 인물이었다. 기존 사내이사였던 구현모 사장과 오성목 사장이 김인회 사장과 이동면 사장으로 바뀌었다.

이를 바라보는 KT 일각에서는 위기를 초래한 경영진이 자신들의 자리보전에만 급급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최고 경영진이 곱씹어 생각해야 할 말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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