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가 여름 맥주 성수기를 앞두고 내달 ‘카스’ 등 주요 맥주 제품의 가격을 인상한다. 국내 맥주 시장 점유율 1위 브랜드의 가격 인상으로 하이트진로, 롯데주류 등 주류업체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오비맥주는 다음달 4일 ‘카스’ ‘프리미어OB’ ‘카프리’ 등 주요 맥주 제품의 공장 출고가를 평균 5.3% 인상한다고 26일 밝혔다. 이에 따라 대표 제품인 카스 병맥주의 경우 500㎖ 기준으로 출고가가 현행 1147.00원에서 1203.22원으로 56.22원(4.9%) 오르게 된다. 오비맥주의 출고가 인상은 2016년 11월 이후 약 2년5개월 만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주요 원부자재 가격과 제반 관리비용 상승 등 전반적인 경영여건을 고려할 때 출고가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원가 압박이 가중되고 있으나 소비자 부담을 고려해 인상폭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오비맥주의 갑작스러운 가격 인상이 하이트진로의 신제품 '테라'를 견제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주류 도매상들이 가격 인상 전 제품 ‘사재기’에 나서면서 자연스럽게 ‘테라’를 견제하는 효과를 노렸다는 분석이다.

또한 오비맥주가 주세법 개정안 발표를 앞두고 이익 보전 등을 위해 선제적으로 가격을 올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가 기존 '종가세'를 폐지하고 '종량세'를 도입할 경우 국산 맥주는 세율이 낮아져 오히려 출고가격을 낮출 수 있는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수입맥주 공세로 수익성이 떨어진 국산 맥주의 이익을 보전하기 위한 사전 인상이라는 시각이다.

오비맥주가 주요 맥주 제품의 가격을 인상키로 하면서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 등도 맥주 가격 인상을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동안 주류업계는 1등 업체가 가격을 인상하면 후발주자들도 잇따라 줄줄이 가격을 올리는 게 관행처럼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특히 맥주사업의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위 브랜드가 가격을 올린만큼 인상 명분이 생긴 상황이다.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판매에 박차를 가할 수 있지만 원부자재 값 상승 등 가격 인상 요인이 있는 상황에서 기존 가격을 유지할 수만은 없는 처지다.

하지만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는 현재로서는 맥주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 업체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맥주 공세에 맥주 사업 부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의 가격 인상은 시기 문제"라며 "카스가 올린 만큼 경쟁사도 조만간 따라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