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시장이 그렇듯 부동산 시장도 복잡다단하다.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주는 변수들이 얽히고설켜 갈피를 잡기가 어렵다. 여러 변수들도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변화무쌍하게 움직인다. 부동산 시장의 작동 원리는 단순한 1차 방정식이 아니라 고차원 방정식이다. 그래서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정확하게 읽어내고 전망하기란 녹록한 일이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부동산 지식의 스펙을 늘리면서 특정 시각에 편향되지 않는다면 부동산 시장의 정확한 흐름을 가늠할 수 있다. 부동산 시장의 균형적인 변수 읽기의 미덕이 중요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 부동산 시장 읽기에서 균형감이 가장 중요한 덕목

부동산 가격을 움직이는 변수로는 부동산 정책, 공급, 투자심리, 실물경기, 소득, 금리, 인구, 지역 개발 등이 있다. 이외에도 일시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선거 등 다른 변수들은 존재할 수 있다. 이들 변수의 변화는 최종적으로 부동산 가격의 변화로 귀결된다.

변수에 따라 가격에 미치는 영향력의 지속 기간은 다르다. 인구 같은 변수는 장기간에 걸쳐 영향을 미친다. 투자심리 같은 변수는 단기간 영향을 강하게 미치다가 시간이 지나면 미미해진다. 특정 시점에서 영향력 역시 균등하지 않다. 어떨 때에는 공급(입주 물량)이, 또 어떨 때에는 금리가 부동산 가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부동산 시장을 읽을 때에는 그래서 이들 변수의 영향력 정도, 즉 부동산 가격 형성에서 차지는 비중을 균형감 있게 잘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다.

여러 변수를 통해 3개월 뒤 부동산 가격을 예상한다고 치자. 각 변수들은 하락 변수인가, 아니면 상승 변수인가. 변수들의 하락 또는 상승 가중치를 어떻게 둘 것인가. 내가 부동산 애널리스트라고 가정하고 객관적으로, 그리고 균형적으로 변수들을 조합해보라. 그럼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인지 아니면 내릴 것인지, 그 폭이 어느 정도 될 것인지 윤곽이 나올 것이다.

◇ 특정 변수의 과대 포장, 치명적 판단 착오 부른다

특정 변수만으로 부동산 시장을 볼 경우 편향적인 시각을 갖기 쉽다. 예컨대 부동산 시장에서 실물경기 등 펀드멘털 측면만 강조할 경우 한쪽으로 쏠려 균형을 잃을 우려가 있는 것이다. 지금 실물경기가 불황이라고 하자. 그렇다면 소득이 줄고 구매력이 낮아져서 부동산 가격에 하락요인(-)이 될 것이다. 그래서 실물경기만 보고 부동산시장을 진단할 경우 앞으로 부동산 가격이 내릴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다른 변수인 부동산 정책, 공급, 투자심리, 금리 등이 모두 상승 요인(+)이라면 어떻게 될까. 이럴 경우 부동산 가격이 내리기보다는 오를 수 있다. 반대로 실물경기가 너무 좋아도 다른 변수들이 모두 하락요인으로 작용하면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수 있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 구조는 1차 방정식(ax+b=0)으로 풀 수 있는 만큼 단순하지 않다. 이보다 2차 방정식(ax2+bx+c=0)이나 3차 방정식(ax3+bx2+cx+d=0), 좀 더 나아가 4, 5, 6, 7, 8, 9, 10차 방정식으로 복잡한 문제 풀이다. 아니,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100가지가 넘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한 두가지 변수만을 토대로 단도직입적으로 시장을 전망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대체로 대폭락과 대폭등과 같은 극단적인 전망은 1차 방정식과 같은 단선적인 사고에서 비롯된다. 한쪽 변수를 과대 포장해서 생긴 것이다. 부동산시장은 통계학에서 얘기하는 선형(일직선)의 가우스-마코프(Gauss-Markov) 세계가 아니다. 부동산시장은 직선(straight)이 아닌 곡선(curve)의 세상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 부동산시장에 합리성은 없는가

시장은 비합리성과 합리성이 공존한다. 시장은 단기적으론 변득, 광기, 충동이 지배할 만큼 비합리적으로 움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합리성을 띤다. 일종의 대수의 법칙(Law of great numbers)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주사위를 5번 던지면 3이 5번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던지는 횟수를 1000만 번으로 한다면 대체로 1, 2, 3, 4, 5, 6이 같은 비율로 나온다. 나보다 많은 우리가 많이 모이면 지혜와 통찰이 담기는 집단지성이 되는 것과 유사하다.

일시적인 시장시스템의 왜곡으로 가격이 부풀려질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가격이 오래 지속될 수는 없다.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부풀려진 가격은 제자리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그래서 부동산 시장에서 긴 안목이 중요하다. 단기 현상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극단적인 논리에 빠지지 않는 균형적인 안목을 갖추는 것이 절실하다. 균형적인 안목이란 스스로 중심을 잡는 것이다. 이는 특정 변수를 과대포장하지 않고 주관보다는 객관의 시각으로 부동산시장을 이해할 때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복잡다단한 정보가 넘치는 상황에서 시장 참여자들의 균형적인 안목을 갖추려면 개인 혼자의 힘으로만 어렵다. 공공 부동산 정보를 공급하는 정부의 책임도 무겁다. 시장 참여자들이 합리적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모든 정보를 신속하고 과감하게 공개,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도 동시에 수반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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