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협상력 강화 등 구조 개선 필요

이동통신, 유통, 한국GM 등 대형 가맹점들과 카드사의 수수료 협상 2라운드가 시작됐다.

현대자동차와 카드사의 수수료 협상이 모두 마무리된 가운데 카드사들이 이번 주 대형가맹점과 본격적인 수수료 협상에 나선다. 업계에서는 현대자동차 협상에서 승기를 빼앗겨 카드사들은 인상안 관철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금융당국은 카드 수수료 협상 결과 점검시기를 앞당기는 것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단순한 시장 개입을 통한 문제해결이 아닌, '협상력 우위'에 있는 이들의 수수료율 결정 횡포를 막는 등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유통·통신 카드수수료 협상..'적격 비용 공개'로 맞붙어

카드사와 대형가맹점 간 수수료율 갈등은 다른 업계로 번지고 있다. 앞서 신한·삼성·롯데카드 14일 현대차가 제시한 조정안인 1.89%수준을 받아들이며 양측의 갈등이 봉합됐다.

19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수수료율 인상 문제를 타결한 카드사들이 이번주 이동통신, 유통과 르노삼성·한국GM 등 다른 자동차 업계와 줄다리기를 이어간다.

카드사 관계자는 "이통·유통 등 대형 가맹점 협상과 카드 수수료율 협상이 진행 중이며, 르노삼성·한국GM과는 2월에 수수료 협상 후 현재 재협상을 검토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대형마트에 카드 수수료율을 종전보다 0.2%포인트 안팎으로 올리겠다고 통보했고, 이동통신사의 경우 0.3% 포인트 올렸다. 이마트 관계자는 "카드사 측에서 0.14%포인트 인상하겠다는 안을 최초로 요청받았으며, 현재 협상이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대형가맹점들의 공통된 입장은 '수수료 인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수수료 인상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기 때문에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통신사들도 "수수료율 산정 기준인 적격비용의 토대가 되는 카드사들의 조달 금리가 하락하는 등 인상근거를 찾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카드사들은 카드사가 가맹점에 제시하는 수수료율의 원가 개념인 적격비용 내역을 영업기밀을 이유로 적격비용 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신한카드 관계자는 "원가를 모두 공개하라는 것은 비현실적인 요구"라며, "충분한 근거와 명분을 제시했는데도 원가 마진율을 공개하라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국GM, 르노삼성도 주요 카드사와 수수료율 인상 재협상을 진행 중이다. 협상력 '우위'에 있는 현대차 입장이 관철되는 형태로 협상이 마무리되면서 이 역시 난항이 예상된다.

양사는 올 초 카드 수수료율을 종전보다 0.1%포인트가량 높은 1.99~2.00% 수준으로 인상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한 대형카드사 관계자는 "르노삼성과 한국GM의 경우 지난 2월 수수료 계약을 맺은 후 현대·기아차의 상황을 보고 재협상을 요청했다"면서"양사 모두 수수료 인상 폭을 현대차 수준으로 낮춰달라고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시작은 역진성 해소였지만, 협상과정에서 우월적 지위에 있는 대형 가맹점 앞에서 수수료 인상을 단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소비자·가맹점 협상력 강화 등 구조적 문제 개선 필요

금융당국은 수수료 협상이 카드사와 가맹점 사이 힘겨루기로 전개되고 있다며 수수료 협상 결과 점검 시기를 앞당기는 것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시장에 개입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 수수료 인하 등을 가져오는 것은 옳다"면서도, "그러나 대형가맹점의 협상력 우위로 적정 수수료를 반영하지 못한 불합리성을 개선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여신전문금융법 18조는 대형 가맹점이 지배력을 악용해 수수료율을 강제할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대형 가맹점이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할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게 중론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수천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초대형 가맹점에 1000만원 수준의 벌금은 제한요인이 되지 않는다"며," 매출액의 10% 이상까지 벌금을 물리는 등 포괄적 지위 개념으로 규제를 강화해야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EU의 독점금지법은 시장지배력이 대기업의 시장지위 남용 소지가 있을 경우 강력히 처벌한다.

이로 인해 간접적 방식으로 시장불균형을 개선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미국, 유럽의 카드사들은 영세 가맹점의 협상지위를 강화하는 데 정책의 무게가 실려 있다. 카드사들의 담합을 통한 수수료율 인상에 맞서 소비자·가맹점 집단손해배상 청구를 지원한다.

서 교수는 "시장 참여자들의 집단 소송제를 활용해 협상력에서 우위에 있는 이해관계자들의 수수료율 결정 횡포를 억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면서 "수수료율 결정과정에서의 시장은 가맹점, 카드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동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는 "기존의 구조적 불균형을 바로잡는 과정에 있다"며 "가맹점의 협상권을 높이는 동시에 소비자 혜택을 내세워 과도한 출혈경쟁을 벌이고 고객 혜택을 주던 관행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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