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하늘과 바다에서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바닷속에서는 인터넷 광케이블을 둘러싼 패권 다툼을 벌이는 중이다 . 중국의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세계의 케이블망을 노리자, 미국이 잔뜩 긴장하며 경계하는 양상이다. 하늘길에서도 중국은 미국의 항공기업체 보잉이 만든 차세대 여객기 '737맥스'를 안전을 이유로 선제적으로 비행 중단을 단행했고, 결국 미국 마저 백기를 들고 운항중단 결정을 내렸다. 

◇ 미중 해저배틀...인터넷 패권 쟁탈전

세계의 인터넷 회선을 둘러싼 미중의 패권 다툼은 해저로 전선을 확장했다. 미국이 차세대(5G) 시장에서 제거하려는 화웨이는 세계의 거의 모든 인터넷 데이터를 전송하는 해저케이블망에 잠입을 시도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현재 전 세계 바다 밑바닥에 깔려 있는 해저케이블은 약 380개다. 지구 대륙에 걸친 음성과 데이터 트래픽의 95%를 전송하며 국가경제와 안보에 필수요소다. 

이러한 해저 광케이블 시장에 화웨이의 입김이 거세지고 있다. 화웨이가 과반 지분을 보유한 '화웨이 마린 네트웍스'는 지난해 9월 브라질과 카메룬 사이에 약 6000km의 케이블을 완성했다. 최근 유럽 · 아시아 · 아프리카를 잇는 약 1 만 2000km의 케이블 부설에 착공했으며, 멕시코 캘리포니아 만을 횡단하는 케이블을 짓는 중이다. 화웨이는 전 세계에서 총 90 개의 해저 광섬유 네트워크 부설 · 보수 프로젝트에 참여중으로 업계를 지배하는 미국과 유럽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중국은 광역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의 일환으로 해저 케이블과 지상파 위성회선을 포함한 '디지털 실크로드' 건설을 목표한다. 중국정부는 지난해 9월 문서에서 해저케이블 통신에 대한 화웨이의 기술력을 극찬한 바 있다. 문서는 "중국이 10 ~ 20 년 이내에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국제 해저 케이블 통신 센터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의 광폭에 미국은 화웨이를 5G시장에서 제거하기 위해 대대적 캠페인을 벌였다. 화웨이가 각국에서 간첩활동에 일조한다며 국가안보를 위협한다는 것이다. 특히 사이버 방어가 매우 취약한 빈곤국의 경구 더 표적이 쉽다고 지적한다. 또한 네트워크 관리 시스템은 일반적으로 사이버 침입이 일어날 위험이 있는 컴퓨터 서버에서 운용되고 있다. 해저 케이블도 감지되지 않고 물리적으로 손을 추가하는 국제 해역에 대부분이 놓여 있기 때문에 공격당하기 쉽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하지만 미국의 화웨이 퇴출 작전이 쉽지는 않은 모양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이 화웨이를 퇴출하려는 노력을 기울였지만, 비동맹국들의 비협조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이 중국 업체의 5G 통신장비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행정명령도 그 대안 가운데 하나다. 또 미국이 자국 기업들에 5G 통신장비 생산에 필요한 핵심 부품을 화웨이 측에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보다 공격적인 행정명령도 검토 중이라고 NYT는 강조했다.

◇ 보잉 737맥스 운항 정지...중국이 가장 먼저 움직인 까닭은

하늘길에서도 미중 패권다툼이 엿보이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0일 미국의 보잉 737 맥스 여객기가 추락한 것이다. 승객과 승무원 157명을 태우고 에티오피아를 떠나 케냐 나이로비로 향하던 에티오피아항공 소속 보잉 737맥스가 이륙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추락해 탑승객 전원이 사망했다. 아직도 정확한 추락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737 맥스 여객기는 작년 10월 자카르타에서 이륙 13분만에 추락, 탑승객 189명 전원이 사망한 라이온에어 항공기와 같은 기종이다. 5개월 만에 동종 항공기가 추락한 것이다. 

결국 맥스 여객기의 안전문제가 부각되면서 중국이 선제적으로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중국이 맥스 추락 하루 만인 11일 비행중지 조치를 단행했다. 중국의 결정이 내려지자 싱가포르를 비롯한 아시아, 유럽, 남미에서도 운항 중지가 이어졌다. WSJ는 이번 조치로 중국이 항공 대국으로 강화하는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평가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 (IATA)에 따르면, 중국은 2024 년까지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항공 시장이 될 전망이다. 중국 항공사는 여객 수와 노선 수에서 세계 최고의 규모를 자랑한다. 중국은 이러한 성장을 배경으로 양대 항공기 제조업체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세계 항공 업계에서도 새로운 차원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실제 이번 중국의 결정으로 항공사 13 개사가 사용하는 보잉 737맥스의 4 분의 1 남짓이 운항 중지에 몰렸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에티오피아 항공의 사고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중국이 선제적으로 조치한 것에 대해 놀랐다는 반응이다. 공산당 지배하에 중국 항공 당국은 지금까지 국제적인 존재감이 거의 없었고, 미국의 연방항공국 (FAA)의 지침을 뒤좇는 경우가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11 일 중국이 맥스 운항을 선제적으로 중단하면서 세계 항공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과시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조치에 대해 안전보다 국내 정치 요인에 따른 결정이었다는 지적이다. 운항 중지가 발표된 시기가 미중 무역 협상과 병행하며 베이징에서 전국인민대표대회 (전인대)도 개최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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