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접대 의혹이 불거진 빅뱅 멤버 승리가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조사를 마친 뒤 청사를 나오고 있다. 2019.3.15/사진:연합뉴스.

"대표님이 인성 부분을 워낙 철저하게 생각하고 신경 쓰셔서 저희는 그건 확실합니다."

지금으로부터 5년도 더 지난 2013년 JYP와 JYP엔터테인먼트의 합병을 두고 열린 간담회에서 회사 관계자에게 들은 말입니다. 

단어가 조금 다를 수는 있지만 당시 그 관계자는 "아티스트들은 조퇴를 하더라도 꼭 등교를 해야 하고 미성년자가 흡연이나 음주 등 부적절한 행동을 하지 않게 철저하게 관리한다"면서 이런 얘기를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최대주주인 박진영씨가 재능과 실력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무엇보다 소속 아티스트의 행실을 강조한다는 얘기였습니다. 그때는 별다른 생각 없이 넘겼던 이 말은 최근 '승리 사태'를 보면서 다시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누구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오랜 시간 지켜 온 철학이 빛을 발하는 것인가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주식시장에서 에스엠과 와이지엔터, JYP엔터는 늘 빅 3로 불렸지만 1~2년 전으로만 시계를 돌리면 JYP엔터를 뺀 2강이 더 정확한 표현입니다. 주식시장에서 이들의 입지와 상황은 지난 수년간의 주가 추이에 그대로 드러납니다.

 

자료:한국거래소

 

빅뱅이나 엑소급 아티스트가 없던 JYP엔터는 줄곧 바닥에 머물다가 2017년 중반부터 가파르게 치고 올라왔습니다. 

본격적인 오름세를 타기 전까지 JYP엔터의 주가는 지루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완만했습니다. 주가를 크게 흔들만한 호재나 악재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반면 에스엠이나 와이지엔터는 주가가 수직 상승하거나 급전직하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아티스트가 신드롬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주요 멤버의 탈퇴와 사생활 문제 등의 예상치 못한 악재가 터진 영향입니다.

최근 주주권 강화 움직임과 함께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강조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돈을 잘 버는 것을 넘어 인권과 환경, 노동, 사회 공헌 등 사회적으로도 이로운 활동을 하는 기업이 지속 가능성이 높고 투자의 관점에서도 이익이란 인식이 확산하고 있는 것입니다.

"JYP엔터도 아직 모른다."라는 신중론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최소한 아직까지는 박진영의 철학이 JYP엔터가 경쟁사보다 불미스러운 악재에서 자유롭게 만든 게 사실입니다.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도 맞다고 봐야 할 듯 합니다.

기업은 가능한 비싸게 잘 팔리는 제품을 만드는 게 최우선입니다. 그렇지만 중대한 결함이 없도록 하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애써 만든 제품을 결함 때문에 팔 수 없다면 개발하지 않은 것만 못하기 때문입니다. 연예기획사에 비교하자면 사생활 문제로 활동을 하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와이지엔터는 승리와의 계약을 해지했습니다. 이번 계약 해지를 단순히 주요 수익원을 잃게 됐다는 정도로만 인식해서는 곤란합니다. 승리 사태는 화려한 모습으로 인기만 끌면 된다는 연예기획사의 인식과 행태로는 생존이 어려운 상황이 됐음을 알리는 신호입니다. 위험을 외면하고 항해하는 배는 머지 않아 좌초되기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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