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말 아니면 2007년 초. 처음 페이스북을 알게 된 건 아마 그쯤이었을 것이다. 작은 얼굴 사진과 텍스트 입력창, 친구와 서로 '일촌'을 맺을 수 있는 단순한 기능. 그것이 페이스북에 대한 첫 감상이었다. 그때 한국은 싸이월드라는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가 휩쓸고 있었는데, 그와 비교하면 페이스북은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아무리 미국 서비스라도 미니홈피, 도토리 등으로 무장한 싸이월드를 이길 수는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페이스북은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아는 거대 IT(정보기술) 기업으로 성장했고, 싸이월드는 겨우 명맥만 유지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페이스북은 사용자는 지난해 22억명에 달했으며, 회사 시가총액은 5000억달러에 육박한다. 반대로 세계에서 싸이월드라는 서비스를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안다고 해도 싸이월드가 아직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놀랄 사람이 아마 더 많을 것이다. 대부분 진즉에 망해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잘 나가던 페이스북의 요즘 모습에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던 싸이월드의 뒷모습이 겹쳐지기 시작했다. 잇따른 구설수로 회사가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한 것. 

발단은 지난해 초 불거진 개인정보 유출사건. 영국에 기반을 둔 데이터 분석 업체 케임브리지애널리티카가 2016년 미 대선 기간 페이스북에서 회원 정보를 불법으로 유출해 당시 공화당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지원하는 데 활용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민감한 개인정보를 다루는 SNS에서 데이터가 유출됐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이 충격을 받았다. 이용자들은 "페이스북이 광고 수익을 늘리는 데 급급해 데이터 보호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비판했다. 그렇게 페이스북은 신뢰를 잃었다. 

회사의 위기가 시작됐지만 마크 주커버그 등 창업자는 안일하게 대처했다. 특히 주커버그는 2020년 대선 출마에 염두에 둔 듯 개인 행보를 이어가며 위기를 키웠다. 실망한 인재들은 계속 회사를 떠났고 악순환이 이어졌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상상하지 못할 악재도 터졌다. 이날 오전 11시쯤부터 페이스북과 자회사 인스타그램 서비스가 접속 장애를 일으켰다.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14시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접속 장애가 이어졌다. 

페이스북이 최근 보여주는 모습은 싸이월드가 쇠락할 때와 거의 유사하다. 당시 싸이월드도 창업자와 창업멤버가 떠나고, 본질에서 벗어나 수익에만 집중했으며, 개인정보 보호에 소홀했다. 페이스북은 이용자에게 사죄하고 광고주에 환급을 약속했다. 하지만 거듭되는 악재로 잃어버린 신뢰를 이 정도로 회복할 수 있을까. 페이스북을 보면 싸이월드가 자꾸 생각나는 것 나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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