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감정원 통계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값은 3월 초 현재, 17주 연속 내림세를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 역시 지난 해 11월부터 급감한 상태다.

하지만 거래현장에서 수요자들이 체감하는 가격 낙폭은 충분치 않다. 지난해 급등세를 보였던 일부 고가아파트 지역 위주로만 조정이 나타난 데다, 그마저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까닭이다. 저점 매수를 원하는 대기 투자자들의 관망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추후 서울 아파트값 하락세를 확산시킬 단기 트리거로는 아파트 공시가격 발표와 종부세 부과가 꼽힌다. 3월 15일부터 예정가격 열람을 거쳐 내달 4월 말 결정되는 올해 아파트 공시가격은 지난 해 가격이 급등했던 서울 강남권 등 주요 투자선호지역과 고가지역을 중심으로 크게 오를 전망이다. 공시가격이 오르면서 종부세 부담이 커지는 다주택자들의 보유 아파트가 매물로 출시될 전망이다. 거래가 부진한 상황에서 매물 출시는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그 영향력은 제한적일 수 있다. 다주택자들이 보유 아파트 대량 급처분에 나서길 기대하기에는 단계별로 추진되는 종부세 인상 부담이 올해 그다지 강력하지 않고, 양도세 중과 부담을 고려할 때 증여 등의 대안을 선택할 가능성이 더 많다. 처분을 선택한다고 해도 장기 보유가치가 확실한 투자선호지역의 아파트보다는 투자가치가 모호한 중저가지역 아파트를 우선 내놓을 확률이 더 높다.

결과적으로 9.13대책 이후 뚜렷한 조정이 나타나지 않은 서울의 중저가 아파트나 개발재료 등 보유이슈가 없는 지역의 보유분을 먼저 처분하면서, 9.13대책 이후 먼저 하락한 강남권의 내림세가 서울 기타지역으로 확산되는 양상을 띨 것으로 보인다.

서울 내 하향 조정지역이 늘어나고 조정이 확산되겠지만, 여전히 거래부진과 수요 관망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점진적인 조정과 약보합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주요 투자선호지역의 급격한 가격 하락은 현실적으로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단기 상승요인으로는 인프라 투자 등에 기인한 시중 유동성의 재투자 가능성에 주목할 만 하다. 문제는 경기 둔화국면에서 유동성 쏠림, 즉 투자 양극화는 더 뚜렷해진다는 것인데, 미세한 조정 이후에 장기투자 저점매수에 따른 일시 반등이나 하방경직성은 결국 서울 중심의 수도권 투자선호지역에서 또한 먼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균형발전프로젝트 등에 따른 지방 개발이슈가 구체화 되는 시점은 적어도 예산 확정 등을 거쳐 내년 이후가 될 것이고, 수요시장에 즉시 영향력이 큰 주요 교통개발 재료는 상대적으로 수도권에 몰려있다는 점도 이러한 예측을 뒷받침한다.

부동산시장의 핵심 키워드는 올해도 여전히 양극화로 귀결될 수밖에 없고, 투자전략에 있어서도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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