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올해 주주총회 시즌의 최대 화두는 주주권 확대입니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과 행동주의펀드의 활발한 활동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주주행동은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뿐 아니라 소액주주들까지 전방위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 논의가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주주권 확대의 필요성과 당위성이 강조되는 만큼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컸습니다.

최대 주주와 경영진이 불필요한 견제를 의식하다 보면 기업의 경영활동이 위축되고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재계를 중심으로 나온 우려는 과거 국내 대기업이 외국 자본으로부터 위협을 받았던 경험 때문에 적지 않은 지지를 받았습니다. 일부 기업의 경험은 주주행동이 기업과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는 '악행'이란 인식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런 인식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주주행동은 그 자체로 절대적으로 옳거나 그르지 않고 그 내용에 따라 판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불합리한 관행과 구조를 바로 잡아 기업의 가치를 높인다면 선행, 일반 주주의 이익에만 치중해 기업의 성장성과 지속가능성을 떨어뜨린다면 악행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봐도 주주행동주의는 잘 쓰면 약이 됐고 반대의 경우는 독이 됐습니다.

2014년 소더비와 2017년 허니웰은 경영진 교체와 사업부 분할 등을 요구한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서드 포인트(Third Point)의 주주제안 이후 무디스로부터 신용도가 부정적이란 평가를 받았습니다. 주주가치 환원과 인수합병(M&A)으로 기업의 재무구조가 악화할 가능성이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외식사업자인 다든은 부동산 매각에 따른 재무구조 개선이 신용도 개선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최근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주주행동을 하는 엘리엇은 전자, KCGI는 후자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에 총 7조원가량의 배당을 요구했습니다. 현대차 보통주 주당 2만2000원, 현대모비스 보통주 주당 2만6000원 이상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번 주총에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각각 상정한 주당 3000원, 4000원의 배당을 크게 웃도는 금액입니다.

엘리엇의 요구가 현실화한다면 주주들은 현대차가 계획한 것보다 6~7배의 배당을 받을 수 있으니 훨씬 이익입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재무구조가 악화하고 대규모 투자를 해야 하는 자금줄이 마르면서 미래를 위한 준비가 더딜 수밖에 없습니다. 성장과 지속가능성을 떨어뜨린다는 말입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 루이스가 주총에서 엘리엇의 제안에 반대하고 현대차 측에 찬성하라는 의견을 낸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한진그룹에 대한 KCGI의 요구는 엘리엇과 큰 차이가 있습니다. KCGI는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개선과 사업 구조 개편, 자산 매각, 전문경영진 체계 확립 등 장기적인 발전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배당 확대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주주들이 당장 얻을 수 있는 배당금이 늘어나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 한진그룹의 가치가 높아진다면 주주들은 더 많은 배당이나 시세차익을 얻을 가능성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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