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임박…'배당 늘려라 vs 미래 투자 확대'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가 오는 22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비상이 걸렸다.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인 엘리엇이 주주제안에 나서며 표 대결이 이뤄지게 됐기 때문이다.

엘리엇은 앞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공개 반대하고, 삼성전자에 특별배당을 요구하는 등 국내 회사와는 악연이 깊은 회사다. 주로 주식을 매수해 주주로 등재된 뒤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펼친다. 이 과정에서 부도 위기에 처한 기업이나 국가를 상대로 막대한 이익을 추구하는 행태를 반복하면서 '벌처 펀드'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삼성 다음 엘리엇이 관심을 가진 국내 기업은 현대차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에 지배구조 개선안을 요구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주주제안을 통해 주당 2만1967원을 배당하라고 요구했다. 배당 총액 기준 4조50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여기에 우선주 배당까지 고려할 때에는 배당 총액이 약 5조8000억원으로 불어난다.

지난해 현대차의 당기 순이익인 1조6450억원을 4배 이상 웃도는 규모다. 그동안 현대차 주가가 하락하면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엘리엇이 고배당을 요구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 이사회는 엘리엇의 요구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판단하고 주주제안을 거부했다. 대규모 현금유출이 발생하면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와 주주가치에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4차 산업혁명과 시시각각 급변하는 자동차 패러다임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신 현대차 이사회는 엘리엇이 요구한 금액의 7분의 1 수준인 1주당 3000원을 배당하기로 했다.

엘리엇의 요구를 들어주기보다는 정공법으로 맞서겠다는 판단이다. 결국 현대차와 엘리엇은 표 대결을 펼치게 됐다. 

객관적인 전력은 현대차가 우세하다. 엘리엇의 현대차 지분이 2.9%인데 반해, 현대차는 특수관계인 지분을 더해 29.11%에 달한다. 변수는 외국인 지분이다. 현대차의 외국인 지분은 44.6%나 된다. 

더욱이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와 글래스 루이스(Glass Lewis)도 고액배당에 대해 현대차 손을 들어줬다. 

ISS는 엘리엇이 현대차에 요구한 고액 배당에 대해 반대를 권고했다. 연구개발(R&D)이나 공장 투자를 위한 자본 요건 충족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글래스 루이스도 엘리엇이 제안한 1주당 2만1967원에는 반대해야 한다고 했다. "빠르게 진화하는 자동차 산업 특성을 고려할 때 현대차가 경쟁력 향상과 장기적 수익률 제고를 달성하기 위해 상당한 R&D(연구개발) 비용과 잠재적 M&A(인수합병) 활동이 요구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단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글래스 루이스는 엘리엇이 제안한 후보들에 대해 모두 반대를 권고했지만, ISS는 추천 후보 3명 중 2명에 대해 찬성했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가 방심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외국인들의 표심은 끝까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엘리엇의 요구가 거세질수록 동요하는 표심도 늘어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주총은 괜찮아도 엘리엇의 요구가 지속되면 현대차도 압박을 받을 것"이라며 "주주들을 달랠 제안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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