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페이 시범서비스 첫 날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시 제로페이 결제시연을 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정부와 여당, 서울시가 제로페이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카드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제로페이가 신용카드를 대체하게 되면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제로페이는 중소벤처기업부와 서울시가 자영업자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제로'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만든 결제 서비스입니다. 지난해 12월 서비스가 시작됐는데 소비자가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으면 소비자의 계좌에서 판매자의 계좌로 돈이 이체되는 방식입니다.

은행이 계좌이체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플랫폼 사업자도 결제 수수료를 받지 않아 가맹점의 수수료 부담을 낮출 수 있습니다.

제로페이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고 해도 될 정도로 실적이 저조합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1월 제로페이는 8633건, 1억9494만원이 결제됐습니다. 같은 기간 개인카드 결제 건수의 0.0006%, 결제금액 0.0003%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제로페이 사용에 여러 혜택을 계획하고 있어 사용이 가파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최근 신용카드 사용액 소득공제 축소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신용카드 소득 공제가 사라지는 대신 제로페이에 대한 소득 공제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입니다. 소득공제율도 40%로 기존 신용카드 15%보다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제로페이에 월 30만~50만원 한도의 신용 기능을 부여해 후불결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검토 중이고 서울 공공시설에서 제로페이 할인도 제공될 예정입니다. 아파트 관리비나 전기세, 지방세 등을 제로페이로 납부하는 것도 검토되고 있습니다.

이런 방안이 모두 현실화하면 이용자 입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편의성이 높아지면서 제로페이 사용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제로페이 사용 확대는 카드 사용 축소로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카드사들이 상당한 위기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합니다. 제로페이란 경쟁자가 사실은 정부라고 볼 수 있으니 카드사가 억울함을 느끼는 것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나 제로페이를 카드사를 모두 죽이는 킬러로 봐야 하는지는 의문입니다.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은 분명한 위험요인인 동시에 발전을 계기가 됩니다. 카드사의 대응에 따라 킬러가 될 수도 있지만 메기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카드사들은 정부의 카드 사용 유도 정책 등에 힘입어 가파르게 늘어난 카드이용 실적에 기대 성장했습니다. 2006년부터 최근까지 국내 카드 이용액은 7% 이상 늘었습니다. 시장 성장의 수혜는 신규 사업자의 진입 없이 7개 전업 카드사가 고스란히 누렸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카드사들은 수수료를 두고 벌인 줄다리기, 마케팅 외에 고객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서비스 개발과 새 먹거리 발굴이 부단한 노력을 했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아마도 대부분은 개미보다 베짱이에 가깝다는 평가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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