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6870억 규모 출자전환...상폐 해소

  

2월 21일 부산 영도구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에서 노동자들이 선박 건조 작업을 하고 있다.

 한진중공업그룹의 주력계열사 한진중공업이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 손에 넘어간다.

 한진중공업이 넘어가면서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사진) 역시 경영에 손을 떼게 된다. 한진중공업을 살리지 못한 한진중공업그룹은 사실상 그룹 해체 위기에 놓이게 됐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중공업은 지난 2월 28일 한진중공업 보통주 9151만9368주 전량을 감자한다고 공시했다. 

경영실패의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대주주인 한진중공업홀딩스(30.98%)와 조남호 회장(0.5%) 지분은 전량 소각된다. 소액주주 지분도 5분의 1로 감자된다. 이에 따라 한진중공업 자본금은 5303억원에서 727억원으로 대폭 감소하게 된다.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

 채권단은 감자 이후 6870억원 규모의 차입금을 출자전환해 부채비율을 낮춰 한진중공업의 재무구조를 개선한다. 경영정상화 계획의 이행 약정 기간도 2020년 12월31일까지 연장키로 했다. 채권단의 한진중공업 지분율은 85% 가량으로, 국내 채권단의 한진중공업 지분은 65%가량, 필리핀 현지은행 5곳 20%가량이다. 

 한진중공업은 최근 3년 간 연속 흑자를 기록했지만, 자회사 필리핀 수빅조선소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탓에 동반 부실에 빠졌다. 지난 2007년 6월 첫 수주 선박의 건조작업을 시작한 수빅조선소는 2014년 수주잔량 기준 전세계 조선소 10위권에 진입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조선업 불황과 경영 부실 등으로 무너졌다.

 수빅조선소는 지난달 현지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 모회사인 한진중공업까지 덮쳤다. 작년 말 한진중공업의 자산총계는 2조7101억원, 부채총계는 3조4523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한진중공업은 수빅조선소 4억1000만달러(4600억원)를 지급보증해준 바 있다. 필리핀 채권단은 한진중공업 지분을 받기로 했다.

 다만 조남호 회장은 3월말 사내이사 임기만료 즉시 경영에서 손을 떼야한다. 앞서 채권단이 자율협약 연장을 결의할 당시 안건에 조 회장(계열주) 임기만료 후 퇴진 조건이 기타사항에 명시돼 있었다. 조 회장의 임기는 이달 28일까지다. 한진중공업홀딩스의 또 집단에너지 계열사 대륜E&S 등이 퇴진 이후 거취로 언급된다. 

 그러나 업계에선 결국 그룹 해체를 불러올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집단에너지와 레저 부문(한일레저)이 남았지만 핵심 자회사인 한진중공업이 채권단 산하로 떨어져나가면서 지주사 자체가 유명무실해졌기 때문이다. 한진중공업홀딩스 지분(46.5%)을 통해 한진중공업을 지배해왔던 조 회장이 더 이상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채권단은 STX조선해양 사장을 지낸 조선업계 '원로' 이병모 인하대 조선해양공학과 산학교수를 새 사내이사 후보로 올렸다. 채권단은 STX조선해양의 구조조정 경험이 있는 이병모 체제로 경영정상화를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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